몰락의 에티카 - 신형철 평론집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형철 평론가를 알게 된 것은 김소연의 시집에서다. 시집 끄트머리 해설을 여간해선 안 읽는 내가 유일하게 밑줄 치며 읽었던 해설, 그게 그의 글이었다. 난해한 이론과 현학적 수사로 무장한 권위적인 평론이 아니라, 새로 핀 꽃을 꽃이라 불러주는 애정어린 평론이 있음을, 그토록 눈부시게 매혹적인 평론이 있음을 그의 글을 보고서야 알았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왜 우리가 문학을, 그것도 한국문학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가 자명해진다. 그래서 이 책은, 한겨울에 곶감 빼먹듯 아껴가며 읽어야 할 평론집이다. 아래는 소위 '미래파' 시들에 대한 저자의 입장이다. 이런 구절을 읽을 때마다 밑줄 그으며 환호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누군가 거기에 있다. 여하튼 있을 만한 이유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저런 부류는 도대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존재의 '필연성'을 이해하는 이만이 그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 것이다. '당위성'을 먼저 내세우는 이에게 그 존재는 한낱 '우연성'의 얼룩으로만 보일 것이다. (...) 시인들이 거기에 있을 때, 비평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필연성을 인식하고 가능성을 예감하는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이미 도착했을지도 모를 미래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한국시의 다채로운 미래를 위해, 우리는 한국시의 권리장전인 첫 페이지에 이런 위악적인 문장을 적어두려 한다. 당분간은 시인들이여, 비평가들이 하지 말라는 일, 바로 그 일을 하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5-05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