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정이 넘도록 땀에 흠뻑 젖어 쓰러지기 직전까지 춤을 추고 있으면, 이제껏 읽었던 고색창연한 텍스트들이 죄다 이 순간을 위한 구차한 수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춤을 추는 동안에는 마치 아름다운 그림이나 시에 감전될 때의 경우와도 비슷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더없이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순간의 어떤 강렬한 환희의 지점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도 저는 춤판에서 느꼈던 그 무량한 환희야말로 이 세계의 궁극적인 의미이자 비밀스런 원천이라고 근거도 없이 확신해 봅니다. 바람 불어오는 방향으로 곱게 몸을 누이는 갈대들처럼 음악과 조화를 이루어 내 몸을 리듬에 완벽히 일치시킬 때, 온몸의 세포가 올올이 발기하던 그 벅찬 생동의 순간- 이는 단지 플로어 위에서의 특수한 체험이 아니라, 어쩌면 생명 가진 모든 것들이 자기를 최대한 표현할 때 만끽하게 되는 감격적인 절정의 순간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09년도에 적었던 자기소개서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