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H정신수련원’ 편을 뒤늦게 찾아서 봤다. 작년에 나는 H수련원 모母단체인 '마음수련원'의 수련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적이 있다. 방송에서는 H수련원이 원래 마음수련원의 광주 지부였으나 사이비 짓을 많이 해서 쫓겨난 단체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지만, 경험상으로는 H수련원이나 마음수련원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냉소하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내가 냉소하는 것은 ‘사이비’라는 용어 자체다. 기실 ‘사이비’라는 용어야말로 ‘미개하다’는 용어만큼이나 미개한 게 아닐까. 내가 인류학자라면 아프리카 부족보다도 더 연구해보고 싶은 게 전국의 사이비 단체다. 사이비 단체야말로 인류 문명을 연구하는 하나의 완벽한 샘플이라고 확신한다.

 

소위 사이비라 불리우는 단체에도 그 근원에는 분명히 강력한 힘과 에너지를 지닌, 원천이라고 할 만한 어떤 참신한 발상이 존재한다. 옳은지 그른지는 논외로 하고, 다만 힘이 있는지 없는지만 따지자면 이 발상 자체에는 엄청난 힘(영향력)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 강력한 발상(사상이라고 해도 좋을)이 내뿜는 에너지의 자장에 포섭되어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고, 사상에 대한 각종 주석이 수없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의식이 고안되고, 조직과 단체가 형성되고, 사이비라 불리우는 분파가 생겨나기도 하고, 건물이 올라가고, 회비가 걷어진다. 사회와 문화가 발달하고 그들만의 인간사가 펼쳐진다.

 

지난해 마음수련원이란 곳에 우연히 수련하러 갔을 때는 워낙에 예상치 못한 문화충격을 받은 나머지 정작 구심점이 되는 새로운 사상 자체를 제대로 파헤쳐 보지도 못했었다. 하나의 사상이 태동함으로써 벌어지는 온갖 기이한 인간사에 관심이 팔려 수련원에 들어갔던 본래의 취지를 망각하고 시종 얼치기 인류학자 흉내나 내면서 열심히 삽질만 하고 돌아왔던 것이다. 당시에는 도저히 그렇게 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지만, 지금은 가끔 궁금하다. 인간 사회에 그토록 강력한 자장을 형성할 수 있었던 바로 그 신통한 수련법이. 최초의 씨앗이었을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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