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굴뚝청소부
이진경 지음 / 그린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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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에는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챕터에 ‘들뢰즈와 가타리’가 추가되었고, 삽화가 도판과 도판해설로 대체되었으며, 마지막으로 <근대적 지식의 배치와 노마디즘>이라는 제목의 보론도 하나 실려있다. 새롭게 들어간 ‘들뢰즈와 가타리’ 챕터는 단순히 부연된 부분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철학사조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여겨도 될 만 하다. 이 부분이 추가됨으로써 이전까지의 이야기는 마치 ‘들뢰즈와 가타리’를 설명하기 위한 포석처럼 느껴진다.

보론에서 저자는 ‘인문학의 위기’가 이 시대의 새로운 사태들에 대처할 만한 담론의 생산 능력 부재 탓이라고 지적하면서, 기존의 근대적 담론의 인식론적 배치 모형을 그려 보이고 있다. 이 책에 언급된 내용만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들뢰즈-가타리의 개념들은 아예 불가능하더라도) 적어도 푸코의 개념들까지는 어느 정도 모형 안에 끼워 맞춰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선험적이고 본질적인 것들'의 항에 놓일 '에피스테메'라는 개념이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배열의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사실상 일그러진(그래서 무너질 수밖에 없는) 모양새가 될 테지만...

한편으로는, 어쩌면 이러한 배치 모형 자체가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규정하는 모형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만약 이 배치 모형 안에서의 '변주'가 더 이상 어떤 새로운 의미를 갖기 어렵다면, 생물학이나 화학을 가리켜 흔히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철학 역시 수명이 다 한 학문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겉핥기를 겨우 마친 자의 성급한 결론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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