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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내 주변의 여성주의자들을 통해 접하게 되는 여성주의는-비록 이들이 여성주의의 이념을 생활 속에서 얼마나 객관적으로 체현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여성주의'라기보다는 차라리 '성적소수자주의'에 가까워 보인다. 성적소수자에 대한 관심은, 끊임없이 치열하게 고민과 모색을 거듭해온 여성주의가 오늘날 필연적으로 당도하게 된 전방의 지점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여성주의 집단 내부에 유독 넘쳐나는 레즈비언들을 보면서, 이론상의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성적소수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닐 수밖에 없는 여성주의가 자기 내부에 자체적으로 (마치 자기 실험처럼) 성적소수자들을 적극적으로 양산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의지의 과잉'으로 인하여 벌어지는 것 같은 이러한 반동적인 현상 역시 극단적으로 이분화된 젠더 구분 못지 않게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대체 내가 지금 의식하고 있는 '부자연'과 '자연'의 기준이란 건 또 무엇인가 하는 의문도 갖게 되고.
여성주의 모임의 기현상을 목도하며 이래저래 혼란스러운 가운데서도 분명하게 깨달은 것 한 가지는, 역시 섹슈얼리티라는 게 사회화 과정을 통해 후천적으로 구성되고 규정되는 게 맞긴 맞는 거 같다는 경험적 진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체 여성주의 그룹 안에서 관찰되는 이 특이적인 성적소수자 과잉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