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희망곡 문학과지성 시인선 315
이장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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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하지만, 결코 자폐의 성에 갇혀 주술을 읊어대는 시는 아니다.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배려하고 있는 듯이 느껴지기도 하는 시집이다. 그러나 그 같은 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의 맛이 팍팍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시니컬한 지식인 특유의 지극히 건조하고 까칠한 감성이 시집 전반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체의 서정성을 포기한 나머지 심지어 괴팍하게 느껴질 정도.

해설을 맡은 이는 '시의 언술 방식 자체가 이 세계에 대한 시의 존재론을 의미한다'고 적고 있지만, 팍팍한 세계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리기 위해 시를 읽는 나같은 독자로서는 글쎄. '존재론적 의미'를 이해 못 하겠는 바는 아니나, 느끼하고 달달한 서정시가 갑자기 마구 그리워지는 반동 효과를 일으키는 시집이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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