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은 아침 일찍 등교하는 부지런한 아이지만, 이상하게도 학교 가는 길목에서 홍수를 만나기도 하고 짐승의 습격을 받기도 해서 어쩔 수 없이 매번 지각을 한다. 선생님은 언제나 잔뜩 화난 얼굴로 반성문을 써오라고 명령한다. 이 동네에 홍수나 짐승의 습격 따위 희한한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야단치면서.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은 수업 도중 거대한 원숭이에게 붙들려 공중에 매달리고, 어서 좀 구해달라며 울부짖는 선생님을 향해 존은 ‘이 동네에 저런 거대한 원숭이는 없다’고 대꾸하고 유유히 집으로 가버린다. 그리고 다음 날, 모든 걸 체념한 사람 특유의 의연한 자세로 또 다시 등교하는 존. 존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선생님의 원숭이도 거짓말이었을 터. 저마다의 진실은 언제나 저마다에게만 절박한 진실일 뿐, 우리는 입장이 다른 타자 앞에서는 끝내 거짓말쟁이일 뿐이다. 그 간극이 때로는 너무나 도저해서, 원숭이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선생님만큼이나 섧다. 존이 가버리고 선생님은 눈물을 흘렸을까. 한없이 우울한 색채로 그려진 등굣길과 몹시도 건조한 문체 때문에 자꾸만 잔상이 아른대는 야릇한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