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 선언 - 젊은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입문서
강유원 지음, 정훈이 그림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마르크스의 생애에 대한 소개와 <공산당선언>이 나오게 된 시대적 배경에 대한 언급을 서두로 하여 선언문 제1장을 해설하고 있다. 쉽고 명료하고 재미있게 읽힌다. <자본을 넘어선 자본>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었어야 옳았는데 아무래도 단추를 잘못 끼운 기분- 그동안 대충 이해하고 넘어갔으나 기실 맑스를 이해하는 데 있어 반드시 또렷하게 짚고 넘어갔어야 했을, 이를테면 '역사적 유물론'이나 '계급투쟁' 같은 용어의 정확한 뜻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으니. 여하튼, 저자가 추천하는 <공산당선언>은 박종철출판사에서 나온 것으로 다른 어떤 고전보다도 두께가 얇다고 하니 바로 그 점 때문에 도전해볼만 하겠다. 
 
<공산당선언> 제1장 끝부분에서 맑스는 자본주의 발달이 부르주아지를 위협하는 '노동자들의 혁명적 단결'을 가져온다면서 공산주의 혁명을 예견하지만, 역사는 결코 그 내적인 논리에 따라 원시공동체에서 노예제, 자본주의, 공산주의로 이행되어가는 식의 단선적 흐름이 아니었다. 때문에 <자본을 넘어선 자본>에서 이진경은 공산주의와는 구별되는 '코뮨주의'를 제안했었다. 공산주의가 내부성의 논리를 따라 자본주의 발전 법칙에서 필연적으로 도출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코뮨주의는 자본이 지배하는 세계 안에서 자본의 '외부'를 구성하려는 부단한 시도이며, 이는 곧 다양한 양상으로 창안되고 창출될 수 있는 '현재'의 시제를 갖는 이행운동이라는 것. 

훗날 자본주의의 맹아가 된 중세의 자치도시라는 것도 말하자면 봉건신분제라는 당대의 주된 사회 시스템으로부터 탈주한 '외부'의 영역이 아니었을까. 그러니까 당대의 외부였던 중세의 자치도시 역시 다음 시대를 향해 가는 하나의 '이행운동'이 아니었는지. 혁명으로 점화된 20세기 체제 실험이 거대한 막을 내리고 바야흐로 자본주의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이 시대에도 중세의 자치도시처럼 시스템의 외부를 형성하려는 전략들이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기획되고 있음은 신기하고 고무적인 일이다. 이러한 활동의 성과들이 점진적으로 축적되어 언젠가는 분명 (지난 세기의 그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임계치'를 넘어서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맑스가 꿈꾸었던 혁명이 결코 실패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외부를 구성하여 탈주의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점진적으로 이행되어가는 그러한 운동으로서 여전히 이 시대에 현재진행형으로서 계속되고 있는 게 맞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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