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멸이 예정된 존재가 일시적으로 현현하는 순간들을 작가는 집요하게 포착한다. 청계천 공사 현장, 아파트 건설 현장, 곧 헐리게 될 판자촌에 소복하게 새벽눈이 내려앉은 모습, 네온사인이 하나 둘 점등되기 시작할 무렵의 어스름한 도시 풍경 등을 장대한 파노라마 사진으로 최대한 정밀하게 펼쳐보이는 것이 그의 주요 작업이다. 그것은 일종의, 엄숙한 기록이었다.
형태가 왜곡될 것을 염려해 일부러 망원렌즈를 사용하지 않고 부분 사진을 일일이 이어 붙였는데, 한 작품 당 실사 작업만 보름 정도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삽입한 작품의 색채 일부가 인쇄 과정에서 약간 변형되었다는 이유로 팜플렛 이천 몇 부를 전량 폐기했다는 말도 들었다. 소멸하기 직전의 풍경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온전하게 붙들기 위한 작가적 결벽이 느껴졌다. 잠시 드러났다 일순간 사라지고 말 유한적 존재들을, 작가는 그야말로 장인정신을 발휘하여 집요하게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깃털처럼 사뿐히 날아왔다 바람 한 줌에 아스라이 날아가버릴 그 여리디 여린 찰나의 순간들이라니. 그의 작품들은 모두가 한 마리 나비였다. 비록 필름으로 박제된 나비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격스러울 만치 아름다웠다. 아무도 기거하지 않는 텅 빈 폐가와, 일그러진 철근 자재들이 흉측하게 솟아있는 청계천 공사 현장과, 참혹하게 속내를 드러낸 건설 현장의 흙밭 까지도ㅡ 소멸이 예정된 것들은 어쩌면 하나같이 그토록 애달플까. 애달퍼서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털썩 주저앉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박제라도 해두고 싶었으리라. 바람에 뒤척이는 흙먼지까지도 낱낱이 존재의 이름을 붙러주고 싶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