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부인 김승옥 소설전집 4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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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소설전집 1권 <무진기행>편 서문에서 작가는 <강변부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소설가로서 항상 머리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소설이란 재미있는 이야기이다'라는 공식을 편하게 즐겨보려는 태도로 써내려갔던 것이 <강변부인>이다. 1978년, 일요신문에서 연재가 끝나자 당시 한진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는데 만여 부가 판매되었을 때 나는 출판사측에 절판을 요구하며 출판을 중단시켜버렸다. 안이한 태도로 써낸 이 소설 한 편이 그동안 다작을 스스로 경계하면서까지 소설이 천박한 한 토막 이야기여서는 안 된다고 고집하던 나의 신념을 송두리째 훼손시켜버리는 듯하여 그 역겨움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악취미라면 할 말 없지만, 이 책을 읽은 것은 순전히 '작가 스스로 출판을 중단시켜버릴 정도의 퀄리티'라는 건 대체 얼만큼의 수준일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비록 도중에 출판을 중단시켜버렸을망정 <강변부인>과 같은 전형적인 통속소설을 별 거리낌 없이 세상에 내놓았던 작가를 보면, 그 비상한 문학적 재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학에 대한 결벽이나 순정 혹은 어떤 완고한 장인정신 같은 것은 그다지 강하게 지니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토록 미련없이 문학계를 떠나버린 걸까마는.

재능은 빈한한데 자의식만 투철한 대부분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역시 천재는 마인드부터 쿨하구나 감탄하게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문학에 대해 좀 더 우직한 순정과 진지한 장인정신까지 갖추었더라면 그 빛나는 재능과 어우러져 한층 치열하고 중후한 작품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가진 재주가 많아 문단에 오래 눌러앉아 계시지도 않았던 분이 그 얼마 되지도 않은 짧은 기간 일부를 <강변부인>같은 걸 쓰면서 소진해 버렸다는 사실이 새삼 안타깝다. 내내 입가의 미소를 거두질 못하고 재미나게 읽어놓고도 안타깝다고 말할 수 밖에 없으니 그게 또 한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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