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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 집을 나가다 - 가족 밖에서 꿈꾸는 새로운 삶 스물여덟 가지
언니네트워크 엮음 / 에쎄 / 2009년 6월
평점 :
원가족으로부터 독립을 준비해 나가는 중이거나 혹은 이미 독립하여 공동체를 꾸리는 등의 방식으로 비혼 생활을 가꿔가는 필자들이 저마다의 비혼담을 들려준다. 혼인과 혈연 관계로 맺어진 공동체가 가족의 일반적인 모습이기는 하지만 결코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결혼제도를 벗어나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따뜻하고 단란하게 존재할 수 있음을 스물여덟 개의 이야기들이 유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혼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인생의 절대적인 관문은 아니겠다,라고 하는 요근래 어렴풋이 드는 생각이 이 책을 통해 좀 더 확신을 얻게 된 것 같다. 더불어 이 책은 내가 만약 앞으로도 계속 현재와 같은 독신 생활을 유지할 경우, 살아가면서 홀로 감당해야 할 실질적인 문제들(주거, 신변의 안전, 건강, 고독감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만든다.
책 중반부에는 스스로 날을 잡아 '비혼식'을 올리고 정식으로 비혼의 대열에 합류하는 한 남성 필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비혼식이라니 이거 원, 결혼식 만큼이나 낭만적인 의식이 아닌가. 혹시 나도 훗날 결혼을 안 하고 살아야겠다는 궁극의 결심이 서면 '비혼식'이라는 걸 조촐하게라도 올려보고 싶다. 생일보다 더 의미있는 기념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