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수록된 유럽 회화 작품들은 유명도나 역사적 가치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자신의 정서에 감응하는 작품만을 주관적으로 선정한 것이다. 저자는 프라 안젤리코의 <그리스도의 책형>을 보면서 한국에 정치범으로 수용되어 있는 자신의 형들을 떠올리고, 피카소의 <게르니카>에서 한국의 5.18을 연상하며, 레온 보나의 <화가 누이의 초상>에서는 비극적인 가족사를 묵묵히 감당해온 누이를 생각한다. 작품 하나하나가 저자의 개인적인 체험과 상처들을 풀어놓는 매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