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셔널하고 지적이고 당당하고 성공에 대한 열망과 신념이 넘쳐흐르고 외국말도 청산유수로 하고 외모도 출중하고 행동거지도 우아하고 섹시한 건 기본이고 기타 등등 그래서 종내에는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일과 사랑 모두를 쟁취해버리는ㅡ 소위 말해 패션잡지가 추구하는 여성상에 근접한 여자들을 만날 때마다 두렵고 무섭다. 그들의 자신감은 뭐랄까, 찻잎처럼 우러나는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에어컨 바람처럼 저돌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 같다.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냥 뭐 좀, 위력적으로 느껴진달까.  

그들과 함께 있다보면 대개는 나의 못남이 더 두드러져 보이므로 종종 기운이 처진다. 예를 들면, 술자리에서 그런 여자들은 (술도 거침없이 잘 마실 뿐더러) 아름다운 용모와 노련한 언변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다가 귀가 시간이 당도하였다 싶으면 잽싸게 일어나서 우아한 목례를 던지고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또각또각 집에 가버리는 것이다. 술자리 맨 끄트머리에서 소심하게 히죽대다가 재수가 없는 날이면 저도 모르게 너무 많이 마셔버려서 화장실에서 토하기까지 하는 나로서는, 실로 경이로운 처신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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