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공포는 생각의 결과인가? 만일 그렇다면, 생각이란 언제나 옛것이기 때문에 공포도 언제나 옛것이다. 이미 말했듯이 새로운 생각이란 없다. 새롭다는 걸 알면, 그건 이미 옛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낡은 것의 되풀이일 뿐이다. (...) 당신이 어떤 것을 즉각적으로 대할 때 거기엔 아무런 공포도 없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은 '마음이 완전히, 전적으로 현재에 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공포가 없는 마음에게만 가능하다.
2. 물론 생각은 기억과 마찬가지로 나날의 삶에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의사소통을 하거나 직업을 수행하는 등의 일을 하기 위한 도구일 따름이다. 생각은 기억에 대한 반응으로, 기억은 체험, 지식, 전통, 시간을 통해 쌓여온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기억의 배경으로부터 우리는 대응하며 이 대응이 바로 생각이다. (...) 생각의 기능 가운데 하나는 항상 무엇으로 점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우리의 마음이 계속 점유되어 있기를 바라며 그럼으로써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는 비어 있는 것을 두려워하고, 우리의 공포를 보는 것을 두려워 한다.
3. 그러나 당신이 심리학자의 말이나 나의 말을 따른다면, 당신은 우리의 이론, 우리의 도그마, 우리의 지식을 이해하는 것이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자기 자신을 프로이트나 융 또는 나를 통해 이해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의 이론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공포는 의식적인 것과 무의식적인 것으로 나뉘는가? 당신은 하나의 공포를 다른 형태들로 바꾸어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욕망에는 오직 하나의 욕망만이 있을 뿐이다. 당신은 무엇인가를 욕망하고 있다. 욕망의 대상은 바뀌지만 욕망은 언제나 똑같다. 공포 역시 마찬가지다. 오직 공포만이 있을 뿐이다. 당신은 여러 가지 일들을 두려워하지만 오직 하나의 공포만 있을 뿐이다.
4. 당신은 아무런 결론 없이, 당신이 공포에 관해 축적해 온 지식의 간섭 없이 공포를 볼 수 있는가? 만일 그럴 수 없다면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과거이지 공포가 아니다. 만일 그럴 수 있다면 당신은 처음으로 과거의 간섭 없이 공포를 보고 있는 것이다. 마치 당신의 마음이 문제와 불안에 관해 속으로 혼잣말을 하거나 지껄이지 않아야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듯이, 마음이 아주 고요할 때에만 당신은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당신은 공포를 해소하려 하지 않고, 그리고 공포의 반대인 용기를 끌어들이지 않고 자신의 공포를 볼 수 있는가? 당신이 "나는 그걸 제어해야 해. 나는 그것을 없애야 해. 나는 그걸 이해해야 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그것으로부터 도피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은 공포의 다른 형태들이 아닌 공포 그 자체를 지각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들이 아니라 순수한 공포를 지각할 수 있을까? 만일 당신이 공포의 세부사항들만을 보거나 당신의 공포들을 하나씩 하나씩 다루려고만 한다면, 당신은 우리의 중심 문제, 즉 '공포와 더불어 사는 것'을 배우는 문제와 만나지 못할 것이다. (...) 그래서 만일 당신이 공포를 관찰하고 그것과 함께 산다면 그리고 만일 당신이 공포와 너무도 완벽하게 살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반드시 하게 된다. "공포와 함께 사는 그 실체는 누구인가? 공포를 관찰하고, 공포의 주요 사실에 대해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포의 여러 형태의 움직임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 관찰자는 자신에 관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축적한 죽은 실체, 정적인 존재인가? 그리고 공포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것과 더불어 살고 있는 자는 바로 그 죽은 자인가? 관찰자는 과거의 것인가 아니면 살아있는 것인가?"
5. 관찰할 때 당신은 관찰자가 아무런 타당성도 알맹이도 없는 관념과 기억의 뭉치에 지나지 않음을 알며, 한편 공포는 현실적인 것이라는 것 그리고 당신은 추상으로써 어떤 사실을 이해하려 한다는 것ㅡ물론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ㅡ을 안다. 그러나 "나는 두렵다"라고 말하는 관찰자는 공포인 관찰물과 사실상 무엇이 다른가? 관찰자가 공포이며 이러한 사실을 깨달았을 때, 공포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에 더 이상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되고 또 관찰자와 관찰물 사이에 있는 시공의 간격이 사라진다. 당신이 공포와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의 일부임을 알 때ㅡ즉 당신이 공포임을 알때ㅡ당신은 공포에 관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공포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P.67~7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