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파시즘
임지현.권혁범 외 지음 / 삼인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필자가 여러 명인데 그 가운데 권인숙 씨가 쓴 <진보, 권위 그리고 성 차별>이라는 글꼭지가 인상적이다. 굉장히 아름답고 감동적인 글이다. 그녀는 80년대를 인간이 암흑 속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형태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 보여준 시대였다고 회상하며 386세대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변태성이 우리를 깊게 규정하고 있다'고 자성하면서 80년대 운동권 세대에 잔존해 있는 파시즘적 속성에 대해 경계한다. 누군가 말하기를, 우리는 우리가 가장 혐오하는 것과 가장 닮아있다고 하질 않던가. 어떤 대상을 극복하기 위한 궁극적인 방법은 대상과의 절교나 화해가 아니라 그저 대상이라고 하는 존재 자체를 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월드컵세대는 축복을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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