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역사 에코 앤솔로지 시리즈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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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이 알차다. 사이즈도 큼직하고, 색채도 선명하고, 부분확대 사진도 많고. 책에 실린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자꾸 마음이 가는 건 중세 시대 그림들이다. 중세 그림은 바로크 회화처럼 순간적인 압도감을 주지는 않는다. 흔히 생각하는 객관적인 미의 기준에 그리 부합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오히려 그러한 투박한 형식이야말로 그들이 지닌 커다란 재능처럼 느껴진다. 중세의 그림에서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정신의 자유가 느껴진다. 

중세가 꼭 암흑의 세월이기만 했을까. 광기가 단지 교정해야 할 장애가 아닌 예지적 영감으로 추앙받던 세상, 밤하늘에 천사가 떠다니고 괴물과 악마와 인간이 공존하던 세상은 얼마나 다이나믹했을까. 이 책을 펼쳐놓고 중세인들이 느꼈을 세계를 상상하고 있으면, 첨단 과학의 이 시대가 상대적으로 메마르게 느껴진다. 확실히 우리는 너무나 많이 파헤친 나머지 앙상해져 버린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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