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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 ㅣ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5
전상국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평점 :
사회는 체제에 반항하는 개인을 어떻게 응징하는가. 이 소설은 그러한 응징의 한 가지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소설에서 정작 교활하고 포악한 쪽은 '기표'라는 반항아가 아니라, 김 선생님으로 대표되는 권력 시스템이다. 그런 점에서 소설 속 인물 '기표'는 정말로 하나의 '기표'에 불과한 셈이다. ‘기표’라는 개인이 보여주는 폭력성의 최대치는 기껏 상대에게 물리적인 상해를 입히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시스템이 행사하는 폭력은 소설의 경우에서처럼 한 개인의 사회적 입지 자체를 철저하게 해체시켜 버린다. 그것도 합법적인 절차에 의한 대단히 신사적인 방식으로.
그러니 정말로 탐구해 보야야 할 대상은 제도권 안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개인이 아니라, 악행을 저지르는 개인을 생산해내는 총체적인 사회적 동력학 그 자체일 것이다. 그/그것들은 김 선생님처럼 만면에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차라리 무표정에 가까운 것이리라), 이면에는 자신의 유기적 신체를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되는 개인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가차없이 처단해버리는 것이다. 마치 면역체계가 병원균을 처리하는 과정처럼 지극히 생리학적인 반응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