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끝에서
에밀 시오랑 지음, 김정숙 옮김 / 강 / 1997년 3월
평점 :
절판


절망과 고독, 죽음에의 관심, 허무와 염세, 한없는 우울에의 정서가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간혹 파괴적이고 악랄한 광기가 엿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동양종교와 신비주의의 영향을 받은 듯 현세를 초탈하고자 하는 열망과 영원성을 희구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에밀 시오랑은 끊임없이 파괴와 죽음과 절망과 허무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역설적으로 그처럼 정열적인 사람도 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허무에 대한 집착도 정열의 한 표현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에밀 시오랑! 그의 글에 대해 사실 내가 무슨 평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여지껏 이토록 정신병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산문을 보지 못했다. 평생토록 죽음을 갈구했으면서도 정작 자살조차 하지 못했던 사람. 정신적 발광의 극치를 보여준 사람. 내가 적는 모든 감상은 불필요한 사족에 다름 아니다. 나는 그의 글이 내뿜는 마력에 꼼짝없이 사로잡혀 속수무책으로 베낄 뿐이었다. 공책에 옮겨적은 구절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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