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3월이 다 무색해지는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아름다워서 넋을 놓고 버스 창밖을 구경했다. 무수한 눈송이가 연속적으로 하강하는 광경에는 확실히 어떤 중독성이 있어서 쉽사리 시선을 거둘 수가 없는 것 같다. 섣불리 이야기될 수 없는 내밀한 감정들에 함부로 언어의 옷을 입히지 말아야겠다. 슬픔도 기쁨도 사랑도 쓸쓸함도 노여움도 그리움도 애써 규정하려 하지 말고 관조하는 연습을 하자. 그것들이 한껏 날을 세우고 내 가슴을 할퀴다가 시간의 흐름에 떠밀려 어디론가 흘러가버릴 때까지 관조해야 한다. 그리고는 그들이 떠나간 연후에 남아있는 침전물만 조심스레 그러모아 서랍 속에 넣어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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