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류로부터 성자로 추앙받던 한 인간의 가정생활은 그가 운명을 달리하는 순간까지도 참혹한 아수라였다. 이토록 비극적인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그의 비밀 일기장은 온통 아내에 대한 증오와 혐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사랑해야 한다는 자기 다짐으로 가득차 있다. 자신의 사상을 조금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아내와 끝없는 불화를 겪으며 죽을 때까지도 오욕칠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온 세계에 사랑을 천명했으나 결코 자신은 사랑으로 평화롭지 못했던 비운의 성자 톨스토이. 누구나 원대한 이상과 추잡한 현실 사이에서 번뇌와 고통을 겪기 마련이겠지만 톨스토이만큼 그 간격이 컸던 이도 드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