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보다가 저자를 알게 되어 이 책까지 구해 보게 되었다. 이 분의 인생사도 파란만장하지만 프로그램에 나오는 탈북민 출연자들 중에 어느 하나 참혹하고 기구하지 않은 사연이 없다. 증언이 무용담의 성격을 띠게 되면 청자의 기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 보면 기억의 재구성 과정에서 약간의 윤색과 과장이 가미될 수도 있겠지만, 이를 감안하고 들어봐도 기가 막히기는 마찬가지다. 그 어떤 하드보일드 문학도 북한의 현실을 능가할 순 없을 것 같다. 북한은 어떻게 되려는 걸까. 알 수야 없겠지만, 하여튼 이 나라는 단지 동족 차원의 관심을 넘어 인류학적으로 연구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개체가 어떤 식으로 체제에 순응하고 체제는 어떤 식으로 개체를 양성하는지, 사회는 어느 수준까지 경직되고 일체화될 수 있는지, 대중 의식 지배와 세뇌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사진 보정 작업에서 명암 대비를 극대화하면 모호했던 사물이나 질감이 또렷해지듯이 극단의 억압으로 치닫는 사회일수록 개인과 시스템의 역학관계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세계 지성사의 흐름에서 완전히 낙오된 듯한, 고대 어느 신정국가 같은 북한도 어쨌든 오늘날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 형태의 하나인 것이다. 자연에서 무작위적으로 운동하던 입자가 별안간 정렬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이하고 놀라운 이 하나의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