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두 장은 호주 와서 처음 본 유황앵무(Sulphur-crested Cockatoo). 순백의 깃털은 윤기가 흐르고 머리의 노란 벼슬은 황금으로 만든 왕관 같다. 얼마나 힘세고 영리한지 부리로 아이들 도시락 뚜껑을 열어서 남은 음식을 꺼내 먹는가 하면 음수대 수도꼭지를 돌려서 물도 한 모금씩 받아먹는 모양이다. 뚜껑이며 수도꼭지며 온전히 남아나질 않는다고. 

​
호주는 금전이 오가는 계약과 관련해서는 상당히 정교하고 체계적인 것 같다. 우리가 생각보다 주먹구구식이었구나 싶다. 소프트웨어 기술도 발달해서 다양한 일처리에 앱 사용이 보편화되어 있고 앱 디자인도 미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우수하다. 그렇게나 세련되고 선진적으로 굴러가는 것 같으면서도 또 막상 겪어보면 의외로 안일하고 허술한 구석이 없질 않고.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려나. 
​
여기 정착하면서 다시금 통감했다. 나는 역시 생활이라는 것에는 도무지 재능도 능력도 적극성도 없는 사람인 것이다. 복잡한 생활의 문제에 직면하면 타조처럼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어버리려고만 한다. 영어 못하는 게 제일 심란해서 한국 있을 때 영어책만 붙들고 있었더니만 정작 와보니 놀라울 정도로 아무런 지장이 없다. 타조처럼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떠랴. 이참에 지긋지긋한 영어도 때려치워버리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