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한 무인도를 식민지라 칭하거나, 동년배쯤으로 보이는 흑인 견습 선원에게 주인공 소년들이 당당하게 하대를 하는 장면에서 이 책의 장구한 연식이 느껴진다. 잠자리 낭독을 경청하던 아이가 문득 왜 얘는 친구들한테 존댓말을 하느냐고 묻는데, 학교도 못 다닌 채 (아마도) 무급 노동에 시달리며 또래를 도련님으로 대해야 하는 흑인 선원 모코의 처지를 저학년 눈높이에 맞추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위험한 야생에서 구해져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안락한 장소인 동물원에 살면서 사육사를 아버지로 따르는 원숭이 조지(아프리카여 안녕), 야만적인 식인종의 공격으로부터 극적으로 탈출하는 바바(코끼리왕 바바의 모험)와 더불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간간이 깃든 아름다운 삽화에 이끌려 아이와 도전해 보려 했건만 분량도 그렇거니와 뒤처진 시대성 때문에 아무래도 고학년이 역사와 사회 문제 토론하면서 읽어야 할 책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