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골자만 놓고 보면 봉준호 영화 <마더>와 쌍을 이룬다고 할 수도 있겠다. 유전자 번식에 대한 개체의 생물학적 사명은 사회가 만든 법과 도덕을 초월하고, 사실은 그게 대자연의 섭리일 터, 양자가 상호발전적이라면 바람직하겠지만 대치될 때라면 후자는 돌연 거추장스럽고 우스꽝스런 휘장에 불과하고 만다. 무엇이 윤리이고 정의이며 또 무엇이 범죄란 말인가? 단순한 분류법이 묘하게 바스러져 버리는 그런 순간이, 어떤 진실의 한 자락이 들추어지는 전율의 지점이라면, <마더> 못지 않게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의 복잡다단한 표정이 그곳을 제대로 포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