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Buddhism Is True: The Science and Philosophy of Meditation and Enlightenment (Paperback)
로버트 라이트 / Simon & Schuster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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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진화심리학자의 붓디즘 입문기. 불교 유식사상의 근거를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는 점이 신선하다. 현상을 왜곡하고 번뇌 망상에 사로잡힌 인간이 겪는 일생의 고통은 우리 유전자가 생존과 번식에 성공했기 때문으로, 다시 말해 고통은 생존의 필연적 대가라는 것. 진화심리학 분야에서 최근 지지를 얻고 있는 modular-mind model 이론과 이의 실천적 응용으로서 위빠사나 명상을 주목하고 이 둘을 접목시켜 마음의 생성과 역동을 포착하는 부분, 분산된 집중력에서부터 '혐오'와 같은 강렬한 감정까지도 mind-module의 메커니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에서) 약물중독과 같은 충동 조절의 문제로 보고, 만족 보상 기전에 의해 강화되어 왔던 모듈을 RAIN(recognization, acceptance, investigation, nonidentification)을 요체로 하는 위빠사나 수행법을 통해 약화시킴으로써 저항이나 통제와는 다른 차원에서 심리적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방법, 외부 세계를 인식하는 데 있어서 자기중심의 감정과 판단, 이야기의 개입을 최소화했을 때 비로소 만물의 연속성을 발견하게 된다는 명상가들의 경험담 등등 반추해볼 만한 대목들이 많다.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이 현대물리학을 불교의 선사상에 포개어 놓는다면, 이 책은 인간 내면의 최신물리학이라 할 법한 진화심리학을 그리 해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양쪽의 세계가 설득력 있게 맞물린다. (정확히는 진화심리학이 불교 철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좋은 발판이 되어준다고 해야겠지만) 도대체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있기라도 한가 싶은, 아니 적어도 그런 막강한 기세로 보이는 진화심리학에 지적 토대를 둔 저자가 학문적 답보상태에 이르러 그 돌파구를 불교 명상수행에서 찾으려 한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여러 심리 실험 데이터, 수련을 쌓은 명상가들과의 문답, 명상 수행 과정에서의 개인적 체험 등을 긴밀하게 교차해 가며 초심자의 시각에서 불교 철학(사성제, 연기설, 무아론, 공사상, 열반 등등)을 들여다 보고 있는 이 책은, (1)근대 서구 과학의 세계관과 사유체계(진화심리학도 결국 이의 산물인 바)에 이미 깊이 길들여져 있는 동시에 (2)어떤 분야든 일단 먼저 책으로 파악하려는 습벽을 떨치질 못하는, 양대 악조건에 놓인 이들에게 희망을 준다. 이런 중생들도 얼마든지 깨달음의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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