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예술 : 형이상학적 해명 조중걸의 서양예술사 시리즈
조중걸 지음 / 지혜정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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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예술편 읽고 나니 무려 석기시대가 친근하다. 신기한 체험이다. 밑줄 친 곳이 많다. 자연주의(=사유와 관념을 배제한 채로 이루어지는 감각적 응시)와 환각주의(=지성의 종합적 구성력)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양식을 고전주의로 규정하면서 구석기 벽화를 고전주의 양식의 예술로 평가하고 구석기에서 신석기로의 이행과 근대에서 현대로의 이행에는 세계관의 변화에 있어서 유비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 예술양식에 있어서 신석기시대와 이집트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

이집트의 그늘에서 벗어난 그리스 예술 고유의 자연주의적 성취에 주목하면서 여기서 헤라클레이토스적 세계관을 읽어내고 나아가서는 그리스 고전주의가 '침잠하고, 사유하고, 구성하고, 지성적이 되길 요구'하는 파르메니데스적인 세계관(규준과 절도를 갖추게 되고 초연함과 장중함을 드러냄)과 '참여하고, 느끼고, 해체하고, 감성적이 되길 요구'하는 헤라클레이토스적 세계관(자연주의적 활기와 경쾌 그리고 유연성을 지니게 됨)의 이상적인 균형과 조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하는 대목, 아울러 이렇게 조화를 이루는 형국은 일시적이며, 부의 유입에 힘입어 점차 자연주의가 득세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하나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일단의 양식은 결국 '해체'에 이르게 된다는 것,

헬레니즘 미술에서 근대의 바로크, 로코코, 낭만주의 사조에 대응하는 경향성을 포착하며 고전주의 몰락 이후의 공통된 풍경을 짚어내는 대목, 로마예술의 사실주의적 경향에서 철학적 이념으로서의 실증주의를 읽어내고 로마인의 스토아주의를 현대의 실존주의에 대응시키는 대목, 정면성의 원리에 입각해 제작된 콘스탄티누스 황제 개선문 부조에서 로마의 군주 개념 변화와 함께 새로운 중세적 세계관의 등장을 읽어내는 것 등등.

다음의 전망은 의미심장하다. "억압된 지성은 결국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지성에 대한 실망은 새로운 독단을 불러들인다. (...) 현대는 자신의 이념에 관한 한 무정부 상태이며 절망과 자유의 시대이다. 현대는 언제고 그 피로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할 것이다. 무의미에 지친 로마인들이 기독교라는 독단을 불러들이듯이 고달픈 현대는 새로운 독단을 불러들일 것이다."(193쪽) 어쩌면 수세기 후의 인류는 바야흐로 선불교적 영성사회로 침잠하게 될 것인가? 이 또한 하나의 독단으로서? 모를 일이다. 확실한 것은 들숨과 날숨이 반복다는 사실 뿐이리라. 오탈자가 많다. 개정판 낼 때는 다듬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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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쪽 밑에서 7번째 줄: 예술이 --> 예술의
199쪽 밑에서 3번째 줄: 티의 묘사에서는 --> 티의 묘지에서는
241쪽 밑에서 6번째 줄: 허장성제적인 --> 허장성세적인
452쪽 밑에서 6번째 줄: 재국말기 --> 제국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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