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특유의 야무지고 꼼꼼한 세공의 기술이 유감없이 발휘된 그림책. 미스터리한 편지를 보내온 친구를 만나기 위해 주인공 어린이가 100층까지 걸어 올라가는 동안 온갖 동물들을 만나게 된다. 사는 모습도 가지각색. 가령 어떤 층에선 개구리 무리가 실내에 인공 강우 시설을 갖추어 놓고 물놀이를 즐기는 중인가 하면 또 다른 층에선 여왕벌이 쉴 새 없이 알을 낳고 있다. 문제는, 전자의 경우 천장에 구멍을 뚫어 윗층의 대형 수조에서 급수를 지원받는 만행을 불사하고 있으며 후자 역시 알을 대형 부화기가 있는 아랫층으로 내려보내기 위해 건물 외벽에 마구잡이로 터널을 설치해놓았다는 사실이다. 무단으로 증개축한 가구는 이들만이 아니다. 동심이라고는 모조리 썩어버린 나로서는 그저 주택임대사업이란 것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충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