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더스트 메모리즈
우디 앨런 감독, 마리-크리스틴 버럴트 외 출연 / 디비존필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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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현실이 반복해서 서로를 차용하면서 상호 간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더불어 무의미해지고) 가상과 실재라는 상반된 차원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맞물리는 마법 같은 경지를, 이 영화가 보여준다. 영화를 포함한 현실이 다시 영화에 삽입되고 그 영화는 또다시 새로운 현실의 일부가 되는 이 기묘하고도 끝없는 이야기는 어쩌면 한 점의 자화상 같다. 우연히 거울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 못하게 된 우디 앨런 자신의 모습을 자조적으로 그린.

자기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이 영화는 사뭇 심오하다. 렘브란트의 자화상 같은 이런 영화 앞에서 감히 오징어 다리 같은 걸 입에 물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사람의 전기작들엔 실존적 고뇌가 있고 철학적 고민이 있고 문제 의식이 있고 치열함이 있고 심금을 울리는 어떤 절실함이 있다. 그는 분투하는 열혈청년이었다. 애석하게도 전기작들에서 보여준 만큼의 날선 고민이나 절실함을 근래 작품들에서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신에 그는 노련해졌고, 이제는 <레이니 데이 인 뉴욕> 같은 세련된 (어쩌면 노회한) 영화를 만든다. 그는 실로 영화를 능란하게 잘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일종의 장인이 된 것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초인적인 기세로 일평생 소처럼 영화만 만들어온, 그리하여 영화가 삶이었고 삶이 곧 영화였던 사람의 족적을 통시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자니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한살이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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