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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쳐 - 양자와 시공간, 생명의 기원까지 모든 것의 우주적 의미에 관하여, 장하석 교수 추천 과학책
션 캐럴 지음, 최가영 옮김 / 글루온 / 2019년 11월
평점 :
웬만하면 악평은 삼가고자 한다. 사납게 짖다 보면 제 소리에 취하기 십상이나 지나놓고 보면 가소로운 헛똑똑이 놀음에 불과할 뿐이다. 좋은 것만 음미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 아닌가. 악담을 퍼붓느니 눈을 감는 편이 낫겠다, 책이든 뭐든. 이 책도 응당 그래야만 하는데 거의 조작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 만큼 지나친 상찬 일색의 리뷰들을 보니 의분이 치밀어 그만 또 다짐을 저버리게 생겼다.
그 명성에 비하면 내용이 퍽이나 실망스럽다. 거의 사기당한 기분. 과대포장된 정도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못지않다. 표지와 목차만 보면 철학과 과학을 아우르는 심오한 이야기를 풀고 있을 듯하나 낚이지 마시라. 방대한 주제를 겉핥기 식으로 다루다 보니 이도저도 시원치 못하다. 하나만 물고 늘어지기에도 어려운 주제들을 넓고 얕게 간지럼 좀 태우다 끝난다.
간지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밌으려나. 하지만 간지럼을 당하면 성질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점에서라면 호불호가 갈릴 만한 책이라고 해야 할까. 하여간 목침만 한 분량에 거창한 제목을 달고서는 방대한 주제를 섭렵하려 드는 책은 일단 그 과욕부터 의심해봐야 한다. 의도는 좋으나 그 말도 안 되는 의도로 인해 필연적으로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