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선택 - 세계를 가르는 두 개의 철학과 15가지 쟁점들
조중걸 지음 / 지혜정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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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역사에서 유구하게 반복되어온 '통합'과 '해체'라고 하는 두 가지 상반된 경향성이 15가지 주제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생각해볼 것은 이 책이 취한 '철학의 선택'이다. 이 책에서는 현대에 이르러 철학 사조의 무게중심이 실재론-합리론-관념론 계열에서 유명론-경험론-분석철학 계열로 이동했다고 보고, 흄에서 비트겐슈타인으로 이어지는 해체적 흐름을 중요하게 다루면서 상대적으로 헤겔, 후설, 하이데거 그리고 오늘날에 와서 지젝이나 바디우 같은 사람들로 대별되는 일군의 철학적 입장에 대해서는 키치라고 폄하하거나 별 언급이 없다. 그러나 중세의 오컴 역시 당대의 주류는 아니었듯이, 심지어 이단이었듯이, 키치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사망 선고를 내릴 만한 철학이 과연 있을까. 우리에게는 오로지 재발견되어야 할 철학만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 7~8장에서는 이념이 어떻게 당대의 예술 양식에 반영되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이런 의문도 든다. 이념이 무릇 예술에 반영되는 것이라면 메인스트림 주변의 서브스트림 역시 비록 희소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현대 예술 사조에 (결코 키치적이라고 매도할 수만은 없는) 엄연한 이념적 지분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미술사에서의 혁명적 성취는 언제나 당대의 주류적인 흐름을 찢고 나온 이단이 아니었던가. 철학과 예술이 호응하는 양상에 대해 이 책과는 반대로 비주류적 관점(?)에서 조망한 책이 있다면, 이를테면 현대예술에서 해체주의 너머를 모색하는 모종의 맹아적 기미를 포착함으로써 철학의 (시대착오적 회귀가 아닌) 새로운 복권을 기도하는 그런 책이 만약, 정말로, (이 책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있다면, 상보적 독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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