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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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아이는 마치 그랜드 피아노와 같은 것이었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아주 고귀한 소리가 날 것이다. 그 소리를 한번 들어보면 특유의 아름다움에 매혹될 것이다. 너무 매혹된 나머지 그 소리를 알기 이전의 내가 가엾다는 착각까지 하게 될지 모른다. 당연히,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어른,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그걸 놓을 충분한 공간이 주어져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집 안에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를 들이기 전에 그것을 놓을 각이 나오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부족해도 어떻게든 욱여넣고 살면 살아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물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집이 아니라 피아노 보관소 같은 느낌으로 살면 될 것이다. 그랜드 피아노가 거실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테고 패브릭 소파와 소파스툴, 원목 거실장과 몬스테라 화분은 둘 엄두도 못 낼 것이다. 거실을 통해 부엌으로 가려면 한가운데로 가로지르지 못하고 발뒤꿈치를 들고 피아노의 뒷면과 벽 사이로 겨우 지나가거나, 기어서 피아노 밑을 통과해야 할 것이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192~193 /326)

 

아이를 덩치 큰 애장품에 빗댈 수야 없지. 비유가 아주 적절하다곤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눈물의 핵공감이- 내게도 자식은 분명 인생 최고의 사치 맞다. 내 주제에 말도 안되는 그런 사치. 근데 우여곡절 끝에 어찌저찌 그랜드피아노 우겨넣고 살아보니 또 어떻게든 살아지고 소파스툴이랑 몬스테라는 생각도 안남. 희한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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