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아빠 아기동물 사진 그림책 4
우치야마 아키라 글 사진, 이선아 옮김 / 웅진주니어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아이한테 가능하면 실물을 우선적으로 보여주고 싶다. 꽃이나 돌멩이처럼 만져볼 수 있는 것은 만져보게 하고, 코뿔소나 악어처럼 주변에서 쉽게 보기 힘든 짐승들은 정교한 동물 모형으로 보여주고, 나중에 좀 크면 동물의 왕국 같은 다큐 영상도 좋겠다.

노파심일까만은, 아이가 뽀로로는 좋아하면서 정작 펭귄은 낯설어하거나, 핑크퐁을 여우라는 명사의 표본으로 인식하거나 그러면 참 난감할 것 같다. 단순화, 양식화, 정형화, 희화화된 가공의 이미지를 원본으로 받아들일까봐 염려된다. 이 '아기동물 사진그림책' 시리즈도 그런 생각의 맥락에서 고른 책이다.

이 책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누구나 대경실색하고 말 것이다. 아니, 어떻게 이런 좋은 책이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단돈 오백 원밖에 안 할 수가 있단 말인가 하고. 다행히 우리집 아기가 이 책의 진가를 알아봐 주는 것 같다. 다 찢어놓은 걸 보면.

이야기의 중간쯤, 며칠간 계속된 무시무시한 눈보라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얼어죽고 만 아기 펭귄의 시체가 나온다. 시체가 나오는 그림책이라니. 리얼한 걸 추구하던 내게 정말 리얼한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들이미는 듯한 이 한 장의 사진에 흠칫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엄마 펭귄과 아빠 펭귄은 새끼를 훌륭하게 길러 냈어요. 그리고 이제 다시 새로운 새끼 기르기가 시작될 거예요." 숙연해지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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