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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프군단
오에 겐자부로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12월
평점 :
절판
현직 경찰관인 삼촌은 강력범을 단속하는 사람이다. 일인칭 서술의 목소리는 오짱이라는 고등학생이다.
오짱은 아버지가 작가이고 어른스런 누나와 장애를 가진 형이 있고..취미생활은 오리엔티어링을 하고 있는 청소년이다. 오짱과 삼촌은 원서로 디킨스의 <골동품 가게>를 매일 조금씩 읽고 있다. 삼촌은 건장한 경찰이란 인상과 달리 디킨스를 집중적으로 오랫동안 읽은 사람이다.
초반 소설은 <골동품 가게>의 간략한 소개와 이 소설의 전개방식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킬프의 형상과 의미 그리고 킬프에게 도망다니게 되는 과정과 도피생활 과 결말을 아무렇치도 않게 압축적 구조의 깃발로 제시한다. 이것은 복합적 기능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모모에와 하라로 이어지는 시발점과 연결점이 되고 있고 작가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생각을 내포하고 있다...<벌써 사족인데..편집하지 않은 텍스트를 읽고 싶었지만..골동품 가게라는 책을 구할수 없었다...아..좁은 한국이여.>
모모에와 하라가 ?기는 과정은 넬이 도망가는 과정과 흡사해 보인다. 돈을 빌리고 그들에게 ?긴다.. 그러나 주제는 돌연히 <죄의 용서>와 <속죄>라는 무거운 주제가 돌출해 독자로 하여금 머리를 감싸게 한다.
그것은 킬프의 의미, 죄란 무엇인가..속죄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가?라는 것과 관련된 아브라함의 시험과 야훼의 의미, 지옥등을 말하는 내용에서 분명해 진다.
이미 <하마에게 물리다>를 읽어본 독자라면 <혁명당파>가 나오고, 오짱이 오수처리에 연관되어 있는 장면, 한 종류의 책을 오랫동안 보는 풍경을 떠오리며 작가 계속 탐구하는 주제의식을 감지했을 것이다. 또한 <레인트리를 듣는 여인들>에서 보듯이 자신의 희생으로 속죄하는 모습도 하라에게서 봤을 것이다.
작가는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서 삶을 희생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타락의 징후이다라고 분명히 말한적이 있는데...일부 공감하는 봐가 있다. 이것은 킬프라는 것에 ?기는<책중에서는 킬프가 야훼라는 해괴한 논리도 있지만...> 해결책으로 하라가 자신을 밝히지 않고 살해당하는 것에 정점을 이룬다.
그런면에서 책이 진행되는 동한 삼촌과 오짱이 디킨스의 책을 읽는 모습은 종교적 모습과 흡사하고 경험적으로 말하자면 기독교에서 성경공부하는 모습과도 연관이 된다. 텍스트가 현실이되고 현실은 다시 텍스트로 환원되는 과정이 그것이다...작가가 기독교와 다른 구도를 말하는 있는 것은..이미 죄인인 듯한 자신에게 계속 몰려드는 킬프처럼 애착이 가지만 혁명당파처럼 목숨을 노리는 현실에서 누가 지금 여기서 속죄양이 되겠는가라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희생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희생양 삼는 것은 마치 예수나 어떤 타인의 희생으로 평화가 오는 상황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희생하는 상황을 말하는 것 같다. 허나..현실에서 벌어지는 희생이란 광란의 축제 혹은 숭고한 기도는 그리 간단히 <희생>될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소설속 하라가 하루종일 기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 이유도 예수라는 절대적 희생값을 별도로 우리가 지불해야 할 값을 어떤식으로 산출해야 하는지 삶이 아직 미숙해서인지도...모른다.
하라가 킬프라는 상징에게 ?기는 이유는 실은 세상을 좋게 변하시키겠다는 혁명의 의지와 모모에를 행복하게 하려는 납득할 이유이지만 그것은 그를 절벽으로 몰아간 것이다. 그래서 킬프라는 삶의 여러 불안하고 납득못하고 알수 없는 요소중에 야훼라는 것이 포함되어 표현된 것 같으며 그 과정에서 하라의 <기도>는 갈등의 시작이었던 다른 당파의 동료대신 자신을 내어주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이 질문은 고스란히 반대로 넘어간다. 숭고한 이유나 지극히 당연한 이유로 타인을 희생하게 하는 킬프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나...오짱의 마지막 모습처럼..내가 누군가를 죽인건 아닐까 하는..심각한 질문과 죄의식...
디킨스의 여러 작품중에서 골동품 가게는 문학를 연구하는 쪽에서는 저평가되는 작품이라고 한다. 그걸 이렇게 끌어들이는 작가는 평소 무슨 마음씨를 품고 숨쉬고 있는지 왠지 상상이 되는 느낌이다.
그나저나 이 작가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두가지가 생긴다.. 하나는 주제와 달리 등장인물의 정중함과 따스함때문에 생기는 바른 씩씩함 같은것과 세밀한 자상함이다. 문득 문득 그들끼리 주고 받는 말이나 독백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