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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생활
오에 겐자부로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12월
평점 :
절판
책 마지막 구절에서 이요는 이렇게 말한다.
<조용한 생활은 어떨까요? 그것은 우리들의 생활 그 자체니까요!>
작가가 위기를 맞아 미국으로 날아가고 남은 삼남매의 생활을 여자인 마짱의 시선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 중 <가족일기>를 필두로 내면의 서술, 장애를 가진 오빠인 이요와 재수생인 오짱등의 잔잔하고 때론 격동이 있는 일상을 소곤대듯 풀어낸다.
6개의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은 일단은 오에의 생각과 일상등의 어울림등을 작가의 시선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이고 작가 자신의 사상설명, 소설관등도 드문드문 들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두가지 관점에서 다시 읽을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는 각 단락에서 나오는 작가 자신의 생각위주로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무렇치도 않는 인간의 신앙,신학적 의미도 생각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다른하나는 소설 내내 일상의 긴장감으로 쓰여진 섬세하고 자상한 내면의 목소리인데 그것이 가족간의 사랑의 목소리라고 인정해도 다른한편으로는 일본의 문화적, 사회,경제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라는 점, 일본 계층과 지위에서 나오는 일상적 문화는 어떤 건지라는 궁금함 그리고 내면서술에서 작가가 고백했듯이 로베르트 무질이 연상이 된점등의 자잘한 배경의 기원이 궁금하다는 점이다. 이런 궁금함의 이유는 아마 구조와 환경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관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면서...
마짱은 여자이지만 기실.. 작가가 보는 자식의 내면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타인의 시선이라는 점에서 이렇게 정중하고 깊이있게 사람을 대하는 걸까라는 점이 적잖은 충격이었다.
물론 이요가 불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것 아닌가, 작가는 왜 영어에 대해 컴플렉스가 있나라는 자잘한 의구심은 가족에게 해꼬지 하는 아라이군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접근에 금세 잊혀진다.
책을 읽은 사람들은 대부분은 지금의 자신의 가족과의 관계와 그 관계속에 무심히 말하고 독백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선명하고 크게 구분하고 들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목소리가 가족뿐만 아니라 세상과의 관계의 단초와 시발점이라는 것도 이해했으리라..
주도적인 목소리는 가지지 않았지만 이요의 목소리는 늘 느낌표를 달고 다니고 시원하고 명랑하게 기억된다.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이 이렇게 살아가는 과정을 생각하면 많은 것이 부러워 진다.
이런 사람이 있을까하는 시케토 선생, 연약하지만 자상한 마짱과 현실적인 오짱, 나는 쭉 낙관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이요도 모두 나름의 영역을 가지고 서로를 배려하며 어울리고 있는 모습이 내가 본 조용한 생활의 실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