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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어가 올라오는 계절
박경철 지음 / 민음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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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소설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글들은 템포가 빠르다고 느껴져 좋게는 안봤지만 '빙어가..'는 나름대로 인상깊게 봤다.

'빙어가'..'에서는 두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 두명의 삶은 빙어로 잠시 밀접하게 보이고 비슷하지만 정반대의 삶을 보여준다.

한명은 여자에게 버림을 받고 여자를 대하는 방식이 오직 '돈'으로 된 관계뿐이다. 여자에게만 버림받았다고만 할수 없는, 온갖 것에 버림받고 상처받은 이사람은...이제 좋고 , 괜찮은 상대만 만나면 된다는 식의, 쉽게 접하고 소유하는 것만 탐한다

자신의 삶의 문제를 타인에게만, 타인에게 해결하려는 이 남자는 점점 빙어가 오염에 의해 없어지듯 해답은 미궁처럼 모호진다. 빙어가 벌어준 짦은 한방의 삶과 여자들도 그를  만족시키거나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 처럼 말이다.

그와중 그가 만난 동업자는 처음 봤을때는 야구장에서 노트를 끄적이며 있는 처지지만 그것은 자신의 야구꿈을 이루기위한 것이었다. 동업자는 주인공과 같이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지만  무수한 연습과 시범경기, 작은 안타를 연상케 하는 빙어잡이만 있을뿐이다. 

주인공이 원하는 삶에서 '홈런'과 '4번타자'는 그동안 그에게 순간적인 기쁨과 쾌락을 주었지만  결코 인생이란 경기에서 이길수 없으며 문제를 해결할수 없다는 것을 그는 어느순간 갈대가 춤추는 저수지에서 깨닫는다.

설사 그가 계속해서 빙어를 잡아 홈런을 친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지는 경기를 할수 밖에 없는지 모른다. 그는 이제야 담담히 이렇게 말한다. '전국 각지의 저수지에서 은빛나는 유혹을 보내는 빙어도 더 이상 나를 불러들이지 못한다'

이것만 얻을수 있고 해결된다면 하는...홈런들..그리고 그것에서 필연적으로 미워할수 밖에 없는 타인들..

'이제 나는 내가 증오했던 사람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늘 갈망하고, 원했던 그것. 머리속에 늘 맴도는 그것.. '홈런의 궤적'즉 자신의 삶의 궤적을 다시 헤아려보는 것이다. 갈대가 춤추고 은빛나는 유혹을 하는 빙어가 춤추는 곳에서 말이다.

이 소설은 오래전에 읽었지만 늘 가슴속에 제목을 되뇌이는 작품이다.

살아가면서 여러 난관에 봉착하고 혼란스러워 할때.. 여러 생각과 행동도 하지만 ...이 소설을 떠올리고 제목인 빙어가 올라오는 계절을 읆조리는 것이  하나의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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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자전거
문형렬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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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렬의 소설중 인상깊은 것을 고르라면 바다로 가는 자전거를 꼽겠다.

장편이면 대개 긴 시간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이 소설은 짦은 하루도 안되는 시간위에 서 있다.

짦은 시간에 일어날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지만 '묵이'아빠와 엄마는 묵직한 문제앞에 서 있어 시간이 오히려 가벼워진다.  '묵이'는 살이 실하게 오른 아기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정상의 범주를 벗어나 있다.

묵이의 할아버지는 묵이를 세상에서 없애자고 하고 묵이는 살만 실하게 오른다. 신혼여행을 가면서 남편이 보기드물게 노래를 잘 부르는 것과 배를 타면서 다짐한 인생살이의 약속을 늘 생각하는 아내는 지금 이순간, 사랑하는 남편과 묵이 자체만 바라보고 지금껏 살아왔다.

뻔히 보이는 난관과 주위의 강요, 그리고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고상하게만 사람들이 말하는 희망도 어쩌면 만들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묵이 아버지는 이 짦은 하루도 안되는 시간속에서 무엇을 해야만 하는걸까.

그가 부딪히는 상황은 지금껏 살아온 사람살이에서 많이 들었던, 합리적인, 당연시 되는 결과를 강요하지만 그는 수술을 받는 것으로 자신앞에  지금있는 ,지금할수 있는, 자신만이 해야할 문제를 선택하고 결단한다.

사랑이란 것을 증명하고 보이라는 것으로 시험받고 확인하고 싶어하는 이들은 많지만 보이지 않고 자신에게 없는 것을 찾아 보충하고 변하는 사람은 드물다.

책을 읽으면서 부부의 마음속 독백을 들여다 보면...사람을 사랑하고 같이 살아간다는 것이 고백과 이벤트로 칠해진 찬란함 못지 않게  마음한구석을 비워두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도 생각해 본다.

소설중 아내가 남편에게 끓여준 전복죽이 나오는데 이런 장치들이 각 인물들의 개성을 충분히 베어나오게 한다.

많은  소설들이 있지만 삶의 무게를 충실히 담고 있어 독자에게 다가오는 글은 흔치 않다. 처음에는 마음이 무겁지만 읽을수록, 읽고난 후 일수록 가슴이 따뜻하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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