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자전거
문형렬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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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문형렬의 소설중 인상깊은 것을 고르라면 바다로 가는 자전거를 꼽겠다.

장편이면 대개 긴 시간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이 소설은 짦은 하루도 안되는 시간위에 서 있다.

짦은 시간에 일어날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지만 '묵이'아빠와 엄마는 묵직한 문제앞에 서 있어 시간이 오히려 가벼워진다.  '묵이'는 살이 실하게 오른 아기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정상의 범주를 벗어나 있다.

묵이의 할아버지는 묵이를 세상에서 없애자고 하고 묵이는 살만 실하게 오른다. 신혼여행을 가면서 남편이 보기드물게 노래를 잘 부르는 것과 배를 타면서 다짐한 인생살이의 약속을 늘 생각하는 아내는 지금 이순간, 사랑하는 남편과 묵이 자체만 바라보고 지금껏 살아왔다.

뻔히 보이는 난관과 주위의 강요, 그리고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고상하게만 사람들이 말하는 희망도 어쩌면 만들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묵이 아버지는 이 짦은 하루도 안되는 시간속에서 무엇을 해야만 하는걸까.

그가 부딪히는 상황은 지금껏 살아온 사람살이에서 많이 들었던, 합리적인, 당연시 되는 결과를 강요하지만 그는 수술을 받는 것으로 자신앞에  지금있는 ,지금할수 있는, 자신만이 해야할 문제를 선택하고 결단한다.

사랑이란 것을 증명하고 보이라는 것으로 시험받고 확인하고 싶어하는 이들은 많지만 보이지 않고 자신에게 없는 것을 찾아 보충하고 변하는 사람은 드물다.

책을 읽으면서 부부의 마음속 독백을 들여다 보면...사람을 사랑하고 같이 살아간다는 것이 고백과 이벤트로 칠해진 찬란함 못지 않게  마음한구석을 비워두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도 생각해 본다.

소설중 아내가 남편에게 끓여준 전복죽이 나오는데 이런 장치들이 각 인물들의 개성을 충분히 베어나오게 한다.

많은  소설들이 있지만 삶의 무게를 충실히 담고 있어 독자에게 다가오는 글은 흔치 않다. 처음에는 마음이 무겁지만 읽을수록, 읽고난 후 일수록 가슴이 따뜻하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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