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신한 날에 발목과 허리와 가슴쪽 통증이 심해서 날이 안좋구나 싶었다. 일기예보가 맞는 것이 하나도 반갑지 않은 오늘. 여기는 눈과 비가 섞여서 내리고 있다. 서울엔 첫눈이 내렸다고 했다.

지금도 내리고 있는지도...춥겠구나. 많이 춥겠구나. 그래도 마음은 뜨거우리라.

 

어제는 아주 오랜만에 참깨를 볶았다. 좀 오래된 참깨가 있었더랬다. 친정에서 참깨를 볶아서 주고, 가끔 시댁에서 깨소금을 주셔셔 참깨를 볶을 일이 없었다. 결혼하고도 참깨만큼은 거의 사 본 적이 없었던 듯. 마음이 심란할 때는 이렇게 단순하지만 집중할 것이 필요하다. 어제의 내가 그랬듯.

정오쯤 시작했는데 다 정리하고 나니 거의 2시가 되었더라. 모든 게 그렇지만 특히 우리나라 음식은 밑준비가 더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참깨는 수확에도 정성이 많이 들어가지만 씻는데도 정성이 참 많이 들어가는 곡식 중에 하나이다. 여러 번 씻고, 씻을 때 위에 뜨는 쭉정이들은 버리고. 맑은 물이 나오면 조리 등을 이용해서 조리질을 해줘야 한다. 혹시나 돌이나 티가 들어갈까 잘 걸러내고 여러 번 반복해서 물을 잘 빼고 나서 조금 큰 그릇에서 볶아줘야 한다. 볶아줄 때는 절대로 자리를 뜨면 안된다. 고르게 볶아지지 않고 타버리니까 말이다. 참 신기하게도 사먹는 것과 집에서 볶아먹는 참깨는 맛이 다르다. 그 고소함이 차이가 난다. 기름도 직접 짜면 맛이 많이 다르고 말이다.

그렇게 볶은 참깨를 식혀서 지퍼백에 가득 담아서 이래저래 심란한 말을 많이 들어주느라 고생한 아는 언니에게 가져다 주고 왔다. 그 전날 김장김치가 떨어졌다는 내 말을 잊지 않고, 김치를 가져다준 것이 너무 감사했더랬다.

엄마가 어릴 적에 커다란 쌀대야에 참깨를 씻어서 볶는 것을 보고 자랐다. 지금도 해마다 볶은 참깨를 작은 지퍼백에 차곡차곡 넣어서 주시곤 한다. 그러면 또 한 해를 잘 보내곤 한다. 해마다 반드시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청량고추를 사서 냉동시키는 일하고 참깨를 볶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간신히 청량고추만 얼리곤 한다. 게으름의 극치이다.

 

마음이 하는 일이라는 말을 믿는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이는 것의  중요함을 믿는다.

마음을 담아서 외쳐본다. 추운 날, 주문이 필요하지 않을까, 열려라 참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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