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의 기억력의 퇴화가 너무나 반가울 적이 있다. 요사이 두 편의 영화 내용이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는 계속 기억되면 어떡해야 하나 하면서 걱정했는데 오히려 씻은 듯이 잊어져서 반갑다. 그것말고도 요사이 기억해야 할 일들이 조금 많아서 이기도 했고 말그대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날 영화를 보면 몰입이 지나치게 잘되는 듯 느껴지는데 정작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지난 주에 곡성을 보았을 때도, 어제 아가씨를 보았을 때도 그랬다. 곡성은 어떻게 해서 15세관람가인지 의문스러웠고(그 잔인함과 성적뉘앙스, 폭력의 미화) 아가씨는 진심으로 이해불가였다. 그리고 두 영화 모두 왜색이 필요이상으로 짙다. 특히 아가씨는 일본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꽤 여러번 했다. 포르노성이 짙은 장면들도 그랬지만 대사 하나하나가 특히 낭독하는 내용은 귀를 씻고 눈을 씻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건 단순한 동성애코드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진심으로 "남성들의 성적판타지" 그것도 치졸하기 그지없는 관음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감독의 전작들을 공감하지는 않았으나 그럼에도 박쥐는 삶에 대한 통찰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노랑머리를 봤을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다. 세상에 단둘 뿐인 그런 느낌도 있었다. 그 노출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헌데 아가씨는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었다. 구역질이 나려고 했다고 해야하나? 미안하지만 영화는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물며 은교가 야하다고 했을 때 아줌마가 봤을 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그 잔인했던 여진구의 데뷔작 화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진구의 연기력에 덮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해불가. 진심으로 아가씨는 감정적인 공감이 가지 않았다. 간신을 보면서 느꼈었던 말도 안되는 야함과 지나친 성적묘사를 훨씬 뛰어넘는 수위였다. 민망함? 아니 영화를 보는 내가 창피한 느낌. 발가벗겨진 느낌. 완벽하게 남성의 치졸한 엿보기에 말이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여성배우는 생각보다는 잘 어울렸다. 그런데 아름다웠냐면 그건 아니었다. 여성의 나체가 전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 그 암담함이라니.뭐 사실 그닥 여성의 나체가 아름답다고 생각이 든 적은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조금 야한 영화를 보아도 아..저렇게 예쁘구나 하는 생각을 할 적도 있었는데 이번 영화는 어떤 장면에서도 그런 느낌이 안 들었다. 젠장. 잊었다고 생각했었던 몇 장면이 지나가서 기분이 고약하다. 곡성은...그 긴 시간에 놀랐고, 그 전개에 다시 놀랐고 배우들에게 놀랐었다.그 잔인함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고 말이다. 장르의 혼합이라고 해야하나? 나는 그냥 내가 본대로 적는 사람이니 무슨 상관인가. 그저 나의 안목없음에 좌절했을 뿐. 이해되지 않으나 다시 보고 싶지는 않다.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일요일부터 40도가 들락거리는 고열에 시달렸다. 아직도 미열이 남아서 괴롭힌다. 잔뜩 상처받은 일이 있기도 했다. 오늘은 거의 직설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도 들었따. 아마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면 그렇게 빈틈을 많이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런식으로 대답하지도 않았었겠지. 솔직한 사람이 아니라 진실한 사람이 되라는 말은 진리다. 지난 달에 뻘짓한 댓가를 내일 오전에 받으러 가야하는데 교통비 빼고 나면 하루에 만원 남짓한 걸 실은 여유가 있다면 포기하고 싶다.만 수입이 없으니 꾸욱 눌러참고 가야한다는 것이 싫다. 아직도. 나이가 이렇게 먹어서도 싫은 것은 싫은 것인 스스로가 자라지 않는 스스로가 싫을 뿐. 비어져 나오는 눈물을 자꾸 밀어넣다 말고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편안해 보인다는 내 모습에 안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