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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빔 - 여자아이 고운 옷 ㅣ 우리 문화 그림책 4
배현주 지음 / 사계절 / 2006년 1월
평점 :
처음 표지 이미지를 보면서부터 꼭 보고 싶었던 그림책.
들여다보고 나서 더욱 사랑스러워하게 된 책.
아이들이 쉬는 날. 둘을 준비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참 좋다.
아이들을 채근하는 대신 책을 읽어주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놓칠세라 그림과 소리를
듣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행복하다.
특히 여섯살이 되는 노랑이는 몇번이고 몇번이고 그림을 또보고 한다.
파랑이는 왜 바지 입은 남자아이는 없느냐고 아쉬워한다.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그림책의 장점으로 제시한 것 중에서
그림의 시선 처리를 말한 것이 있었던 듯하다.
시점을 멀리서 바라보다가 그림 속의 주인공의 시선으로 같이 이동하는 재미.
그럼으로 해서 그림 속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하는 매력.
좋은 그림책들을 보면-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그림책-들을 보면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 책의 주 독자층인 대여섯 살에서 열두어 살까지의 소녀들은 책 속의
똘망똘망해 보이는 주인공의 행동들 속으로 자연스레 빠져들게 될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의 힘으로 잘 간수해둔 설빔을 입는 모습이 어찌나 야무지고 어여쁜지
슬며시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그림책 속의 소녀의 나이는 얼마쯤일까??
고민하면서 책을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자식 가진 엄마의 맘이었을까.
글도 어찌나 맛깔스러운지... 우리 전통의 문양과 일일이 신경 써서 그린 배경 들 속에 숨어있는 문고리 하나, 빗장 하나의 모습까지도 그렇게도 어여쁜지.
글들도 그림들도 사랑스럽다.
특히 치마 말기를 입으로 재는 모습이나 버선을 신는 모습 하나하나에 숨어있는 놓치기 쉬운 일상의 모습. 아마도 작가는 한복을 자주 입었거나 혹은 한복을 자주 입는 이를 가까이서 열심히 들여다보았으리라. 어릴적 보던 한복 입던 엄마의 모습을 모습의 발견하고 얼마나 놀랬던지^^;;
거기에 화사한 함이며, 문갑이며 그 속에 들어있는 익숙한 우리의 문양.
정성을 들인 책을 보면 즐겁다.
눈이 즐거운 책. 그러나 아쉬운 점은 소녀의 그 야무짐과 선의 굵음이 어우러져서 단아한 한국의 미가 해쳐진 것이다. 별 다섯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음에도 굳이 넷을 준것은 그 이유이다.
선명한 색감과 윤곽은 바라보기에 좋지만 부담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