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출근이 늦으니 퇴근이 늦는 것이 당연했지만, 가끔은 참으로 싫다고 진저리를 칠 적이 있다. 지나치게 게으른 성정인지라 시간이 널널하다고 해서 딱히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더욱 없어서인지도...

 

사람간의 일로 조금 지친 상태였는지 어제는 딸내미가 사달라는 양말을 사러 가서 잔뜩 담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금액에 헉 했다. 결혼 17년차가 되니 드디어 그 고장 안난다는 LG도 슬슬 바꿀 때가 되어서 세탁기부터 슬슬 교체해야 될 타이밍인지라 열심히 들여다보는 중에 왠걸 뜬금없이 보일러를 교체했다. 태풍이 오면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지난번 에에스를 받았으나 정작 해달라는 것은 안해주고, 리모콘만 바꿔주고는 6만원이나 받아가더니 온수가 안되어서 찬물 샤워에 감기가 걸려버린지라 정신없이 에에스 접수하고 예약시간 맞추고 해서 보니 온수통이 터졌단다. 넷을 검색하니 온수통이 터지면 바꾸는 것이 낫다고 해서 바꾸고 나니 참나. 이게 뭔가 싶은거다. 가전제품도 5년 전부터 바꾼다 바꾼다 하면서 귀찮기도 하고, 이사 갈 생각에 버팅기고 있었는데 고장날 전조가 보이던 세탁기와 냉장고는 가격검색 하다가 일단 멈춰있는데 정작 괜찮을거라 생각했던 보일러는 고장 덕에 확 바꿨다. 삶이 그렇더라. 계획대로 되지는 않더라만 어쨌든 살아는 간다.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것은 늘 어렵기만 하다.

 

원칙을 지키고, 원칙있는 유연성을 지킨다는 것은 늘 어렵기만 하다. 내 일처럼 생각하고, 내 일처럼 해주다가 고마운 줄 모르는 사람을 보면 오만정이 떨어진다.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이 세상을 살면서 알게 된 것이다.

적당한 선을 지킨다는 것의 중요성  그리고 굳이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젖어들게 하는 것의 어려움도 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그렇더라.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타인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위한다는 것. 그리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도.

 

2. 사람이란 참 묘해서 정말로 위해주는지 위해주는 척하는 것인지 바로 안다. 그게 사람이다.

바람이 참으로 차가워졌다. 이젠 가을이다. 몇일 사이에 에어컨 바람이 싫다. 칠부 바지가 춥다.

쟈켓을 챙기다가 ㅎㅎ. 이걸 입을 일이 있긴 할까 하고 생각했던 7월의 어느 날이 생각나서 실없이 웃어본다. 눈을 닫으려고 해도 참으로 기가 막힌 세상.

 

- 일본은 왜 우리나라에게만 해산물을 수입하라고 하는 걸까?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우리의 외교력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외교력인지 국력인지.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인데 말이다.

- 임금피크제도 최저시급도 정말 마음에 안드는 국가의 정책. 과연 누구를 위한 임금피크제며 누구를 위한 최저시급인지. 급여를 받고 나면 거쳐만 가는 통장에 짜증이 모락모락 인다. 8월.

내가 총근무한 시간은 60시간이 넘는다. 아..머무른 시간이라고 해야 하나?

잘 가동되지 않는 에어콘에 조금이라도 시원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머물길 원했기에 선택한 것이었지만 20시간에 대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함정.

 

그나저나 어제, 그제 참 기가 막혔다. 왜 내가 힘들면서까지 좋은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닌 건지.

피곤하기만 하다.

 

**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00일이 되는 날이라고 한다. 시간의 흐름은 빠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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