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얀 블라우스를 입었다가 벗었다. 오후 늦게까지 앉아있다보면 분명 추워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여지없이 도진 편도선염이 올라오는 열과 함께 나를 버겁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꺼운 검정 코트 대신 조금 가벼운 회색 코트를 꺼내 입은  것도 부츠를 신고 간 것도 그런 이유였다. 헌데 허망하게도 그곳에서의 두 번째 면접도 허망했다. 정말 간절했고 꼭 되어야했기에  합격하기를 바랬었는데 말이다. 지난 여름의 끝무렵 허망하게 끝났었던 그 면접의 기억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끝.났.다. 유난히 마음이 안좋은 것은 아마도 어렵게 다시 마음먹어서 도전을 했기 때문이고,호적상으로도 이제 만40이 넘어서 더 늦기 전에 취업을 하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었으며 며칠 전 꾸었던 꿈이 유난히 좋았기 때문에 잔뜩 기대를 했기 때문이리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여섯시를 20분 정도 남기고 탈락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면접을 보고 나오면서도 어느 정도는 기대를 했었기에 아쉽다는 말로는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젠장, 이럴때마다 드는 생각은 고집 그만부리고 대충 가라고 할 때 갔어야지 하는 비아냥 거리는 느낌의 환청이다. 허긴 쳐다도 보지 않겠다 해놓고도 경력이라고 집어넣고 관련직종에 서류 넣으면서도 곧 죽어도 직접 관련된 곳은 원서 쓰지도 않았으니 뭐 할 말은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아쉬워서 애가 타고 화가 나고 속상한 것은 정말 어느 사이에 지나간 시간들이 벌써 한 해에 가깝기 때문이다. 바보라서 그렇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많이 아쉽고 화가 난다. 이 아물지 않고 딱쟁이가 앉은 듯 느껴지는 상흔은 왜 이다지도 자꾸만 따끔거리기만 한 것일까.

아물어 흉터가 되어서 없어져도 될텐데 말이다  따끔거리는 목만큼이나 따끔거리는 눈에 고이는 물이 저주스럽게 싫구나. 젠장 염증약을 먹으면 사라지는 통증처럼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으면 좋겠구나. 미칠것 같아 끄적이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사라지지 않는 이 통증은 참 싫.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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