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숨은아이 > 뜀뛰는 쥐 이야기 (1)

 

지난번에 이안님께서 선물하신 영어 그림책을 서투르나마 우리말로 옮겨 보았습니다.
***



뜀뛰는 쥐 이야기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에 전해진 옛이야기를 존 스텝토(JOHN STEPTOE)가 다시 쓰고 그림.


(성이 steptoe라, 뭔가 의미심장하여 사전을 검색해 보니 이렇게 나온다.
steptoe[stptu]n. 용암러 싸여 고립언덕
발가락걸음이나 까치발 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높이 뛰는 쥐 이야기”는 Hymeyohsts Storm이 1972년에 낸 《일곱 화살(Seven Arrows)》에 실린 이야기인데, 존 스텝토가 어린이들을 위해 다시 쓰고 그림을 그려 1984년에 낸다.





큰 강가 숲에 어린 쥐 한 마리가 살았어요. 쥐들은 낮에는 내내 먹을 것을 찾아다니고, 밤에는 늙은 쥐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데 모였지요. 어린 쥐는 강 건너편 황야에 관한 이야기를 즐겨 듣다가, 하늘에 사는 위험스런 그림자들 이야기를 들으면 흠칫 떨곤 했지요. 어린 쥐는 머나먼 나라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어요.


 



‘머나먼 나라’란 말이 매우 근사해서, 어린 쥐는 꿈까지 꾸기 시작했어요. 거기 가보기 전에는 성이 차지 않을 게 분명했어요. 어른 쥐들은 너무 멀고 험한 길이라며 말렸지만, 어린 쥐는 흔들리지 않았어요. 어느 날, 어린 쥐는 동이 트기 전 출발했지요.

 

 



숲의 가장자리에 다다를 때쯤 날이 저물었어요. 어린 쥐의 앞에 강이 나타났어요. 강 저편엔 황야가 있었지요. 어린 쥐는 깊은 물 속을 내려다보았어요. “여길 어떻게 건너지?” 어린 쥐는 난감해서 말했어요.




“헤엄칠 줄 모르니?” 써걱거리는 목소리가 말했어요.
어린 쥐가 둘러보니, 작은 초록색 개구리가 보였어요.
“안녕? 헤엄치는 게 뭐야?” 쥐가 말했어요.
“이게 헤엄치는 거야.” 개구리는 말하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어요.
“오, 난 못할 것 같아.” 어린 쥐가 말했어요.
“너 왜 강을 건너야 하는데?” 개구리가 강둑으로 도로 뛰어오르며 물었어요.
“머나먼 나라에 가고 싶어. 매우매우 멋질 것 같아. 평생 못 보고 살 순 없어.”
“그럼, 내가 도와줘야겠구나. 난 마법개구리야. 넌 누구니?”
“난 쥐야.” 어린 쥐가 말했어요.

마법개구리는 푸하하 웃었어요. “그건 이름이 아냐. 여행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름을 지어 줄게. 네 이름은 뜀뛰는쥐야.”

마법개구리가 이 이름을 말하자마자, 어린 쥐의 뒷다리가 움찔움찔거렸어요. 조금 뛰어올라 보았더니, 놀랍게도 전보다 두 배나 높게 뛰어올랐어요. “고마워.” 어린 쥐가 다리에 놀라운 힘이 생긴 데 감탄하면서 말했어요.

“뭘.” 마법개구리가 말했어요. “이제 이 잎을 딛고서 같이 강을 건너는 거야.”

안전하게 건너편 둑에 닿자, 마법개구리가 말했어요. “네 앞길엔 난관이 많을 거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네 안에 희망이 살아 있다면 머나먼 나라에 갈 수 있어.”

(2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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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0 15: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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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숨은아이 > 뜀뛰는 쥐 이야기(2)

 

뜀뛰는쥐는 바로 출발하여 숲과 숲 사이를 재게 건너뛰었어요. 저 위에서 그림자들이 휘돌 때면 눈에 안 띄게 숨었어요. 나무딸기가 나타나면 따먹고, 지쳐 떨어질 때만 잤어요. 나날이 흘러갔어요. 빨리빨리 나아가면서도, 뜀뛰는쥐는 과연 황야 저편에 다다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윽고 마른 땅을 가로지르는 개울을 건너, 뜀뛰는쥐는 큰 딸기 덤불 아래에서 늙고 뚱뚱한 쥐를 만났어요.

 

 



“뒷다리 참 희한하구나.” 뚱뚱한 쥐가 말했어요.

“마법개구리가 제 이름을 지어 줄 때 받은 거예요.” 뜀뛰는쥐가 자랑스레 말했어요.

“흥.” 뚱뚱한 쥐가 콧방귀를 뀌었어요. “그게 그리 좋으냐?”

“이 뒷다리 덕분에 너른 황무지를 건너올 수 있었어요. 운이 좋다면 덕분에 머나먼 나라에도 가겠지요.” 뜀뛰는쥐가 말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지쳤어요. 여기서 쉬어 가도 될까요?”

“그럼.” 뚱뚱한 쥐가 말했어요. “여기서 영영 살아도 돼.”

“고맙습니다. 하지만 기운 차릴 때까지만 머무를게요. 머나먼 나라를 보려는 꿈이 있어요. 할 수 있는 한 가야 해요.”

“꿈이라.” 뚱뚱한 쥐가 우습다는 듯이 말했어요. “나한테도 그런 꿈이 있었지. 하지만 내가 찾아낸 건 바로 황야였어. 필요한 게 여기 다 있는데 왜 황야를 지나쳐 가지?” 
뜀뛰는쥐는 무엇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한다고 스스로 느끼는 것임을 설명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뚱뚱한 쥐는 여전히 콧방귀만 뀌었어요. 마침내 뜀뛰는쥐는 굴을 파고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밤을 보냈지요.

이튿날 뚱뚱한 쥐는 개울 이편에 머무르라고 훈계했어요. “저쪽에는 뱀이 살아. 하지만 염려 마. 뱀은 물을 겁내거든. 그러니 개울을 건너오진 않을 거야.”

 

 



딸기 덤불 밑은 살기 좋은 곳이라, 뜀뛰는쥐는 곧 기운을 차리고 힘을 냈어요. 두 쥐는 먹고 자고 또 자고 먹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뜀뛰는쥐가 물을 마시러 개울에 갔다가, 물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보았어요. 늙고 뚱뚱한 쥐와 거의 같을 만큼 뚱뚱했어요!

“떠날 때가 됐어.” 뜀뛰는쥐는 생각했어요. “딸기 덤불 아래 주저앉으려고 여기까지 오진 않았어.”


그때 개울의 폭이 좁은 곳에 나뭇가지 하나가 걸린 것이 보였어요. 그것은 마치 다리처럼 개울가 양편에 걸쳐졌으니-이제 거길 통해 뱀이 건너올 수 있었어요! 뜀뛰는쥐는 뚱뚱한 쥐에게 알리려고 서둘러 돌아갔어요. 하지만 굴은 텅 빈 채였고, 공기 중에 이상한 냄새가 돌았어요. 뱀이었어요. 뜀뛰는쥐가 너무 늦은 거예요. “불쌍한 아저씨.” 뜀뛰는쥐는 급히 도망치며 생각했어요. “꿈을 찾으려는 희망을 잃더니, 삶을 마치고 말았구나.”

 

 



뜀뛰는쥐는 밤새도록 달렸더니, 이튿날 아침 초원에 다다랐어요. 기진맥진한 쥐는 안전하게 쉴 곳을 찾아 크고 넓적한 바위로 뛰어갔어요. 그런데 가까이 가 보니, 그 바위는 엄청나게 크고 텁수룩한 들소가 초원에 누워 있는 것이었어요. 띄엄띄엄 끊이지 않고 끙끙거리면서요.

뜀뛰는쥐는 그 무서운 소리에 벌벌 떨었어요. “안녕하세요, 크신 분.” 용기를 내어 말했어요. “저는 뜀뛰는쥐예요. 머나먼 나라에 가려고 여행하고 있어요. 왜 여기서 죽은 듯이 누워 계신가요?”

“죽어 가니까.” 들소가 말했어요. “독을 푼 개울물은 마셔서 눈이 멀었기 때문에, 먹을 만한 부드러운 풀과 마실 만한 시원한 물을 찾을 수가 없어. 나는 곧 죽을 거야.”

 

 



뜀뛰는쥐는 그토록 놀라운 짐승이 도리 없이 죽어 가는 걸 보니 슬펐어요. “제가 떠나 올 때, 마법개구리가 제게 이름을 지어 주고 다리에 힘을 불어넣어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제 마법은 그처럼 강력하진 않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해볼게요. 이제 당신 이름은 쥐의눈이에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뜀뛰는쥐는 들소가 기뻐서 내뿜는 콧김 소리를 들었어요. 쥐는 이제 들소에게 자신의 눈을 주었기 때문에 볼 수 없게 되었어요.

(여기서 서비스 컷. 들소가 눈뜬 표정을 좀더 가까이.)


 



“고마워.” 쥐의눈이 말했어요. “넌 작지만 아주 큰 일을 해냈어. 네가 내 몸 아래로 뛰어가면, 하늘에 뜬 그림자들도 널 보지 못할 거야. 내가 너를 산으로 데려갈게.”
뜀뛰는쥐는 그 말대로 했어요. 들소의 발걸음에 맞춰 폴짝폴짝 뛰었지요. 이렇게 해서 뜀뛰는쥐는 산기슭까지 왔어요.

“나는 들판에 사는 짐승이야. 여기서 이만 돌아가야 한단다.” 쥐의눈이 말했어요. “넌 앞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이 산을 넘지?”

“다 수가 있겠지요.” 뜀뛰는쥐가 말했어요. “희망은 항상 제 안에 살아 있어요.” 뜀뛰는쥐는 들소 친구에게 안녕 했어요. 그리고 굴을 파고 들어가 잤습니다.

 



이튿날 아침 뜀뛰는쥐는 산봉우리에서 불어 내려오는 찬 바람에 잠이 깼어요. 찬 기운이 불어오는 방향을 피해 조심스레 몸을 돌렸어요. 발 아래 털이 밟히기까지 그리 멀리 가지도 않았어요. 놀란 쥐는 펄쩍 뛰어 코를 공중에 대고 킁킁거렸어요. 이리? 무서워 몸이 얼어붙었어요.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쥐는 용기를 끌어 모아 말을 꺼냈어요. “실례합니다. 저는 뜀뛰는쥐예요. 머나먼 나라로 여행하고 있어요. 길을 가르쳐 주실래요?”
“할 수 있으면 하겠지만.” 이리가 말했어요. “이리는 코로 길을 찾아. 그런데 내 코는 이제 아무 냄새도 맡지 못해.”
“무슨 일이 있었나요?” 뜀뛰는쥐가 물었어요.
“나는 게으르고 건방진 동물이었어.” 이리가 대답했어요. “냄새 맡는 재능을 마구 써 버려서, 결국 잃고 말았지. 나는 이제 건방지지 않아야 한다는 걸 배웠지만, 내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코가 없으면 살아나지 못해. 그래서 여기 누워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어.”
뜀뛰는쥐는 이리의 이야기에 슬퍼졌어요. 쥐는 이리에게 마법개구리와 쥐의눈 이야기를 했지요. “전 대수롭지 않은 마법을 부릴 줄 알아요. 도울 수 있다면 기쁘겠어요. 이제 당신 이름은 쥐의코예요.”

 



이리는 기쁨에 차 부르짖었어요. 뜀뛰는쥐는 공중에 대고 코를 킁킁거려 산의 냄새를 찾아 보았어요. 하지만 이제 솔향 풍기는 바람 냄새를 맡을 수 없었어요. 뜀뛰는쥐의 눈과 코는 이제 아무런 쓸모가 없었어요. “넌 아주 작은 동물이지만.” 쥐의코가 말했어요. “내게 아주 큰 선물을 주었어. 고맙다는 인사를 받아 줘야 해. 자, 내 몸 아래로 뛰어가면 하늘의 그림자들도 널 보지 못할 거야. 너를 산 너머 머나먼 나라로 데려다줄게.”

(다시 이리와 뜀뛰는 쥐 모습 클로즈업)



그래서 뜀뛰는쥐는 터벅터벅 걷는 이리의 발걸음에 맞추어 폴짝폴짝 뛰었어요. 이렇게 해서 마나먼 나라에 다다랐어요.
“난 산에 사는 동물이야. 여기서 이만 돌아가야 해.” 쥐의코가 말했어요. “넌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데 이제 어떻게 길을 가지?”
“다 수가 있겠지요.” 뜀뛰는쥐가 말했어요. 그리고 이리 친구에게 안녕 하고는 굴을 파고 잠들었어요.

(3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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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숨은아이 > 뜀뛰는 쥐 이야기(3)



이튿날 아침 뜀뛰는쥐는 잠에서 깨어 굴 밖으로 기어 나왔어요. “난 여기 있어.” 쥐가 말했어요. “나는 발 아래 대지를 느낄 수 있어. 나뭇잎을 살랑거리게 하는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어. 해는 내 몸을 따뜻하게 해주지. 잃은 건 하나도 없어. 하지만 예전의 나는 결코 아니지. 이제 어떻게 하지?” 그리고 뜀뛰는쥐는 앙 울기 시작했어요.

“뜀뛰는쥐야.” 써걱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마법개구리, 너니?” 뜀뛰는쥐가 눈물을 삼키고 물었어요.


(눈물 흘리는 쥐의 귀여운 얼굴 클로즈업)


 

 



“그래.” 마법개구리가 말했어요. “울지 마, 뜀뛰는쥐야. 넌 남을 위하는 마음 때문에 몹시 어려운 일을 겪었지만, 희망과 연민을 잃지 않은 그 마음 때문에 머나먼 나라에 오게 되었어.”

 

 



“겁낼 거 하나도 없어, 뜀뛰는쥐야.”

 



“높이 뛰어, 뜀뛰는쥐야.” 마법개구리가 말했어요.

 



뜀뛰는쥐는 그 말대로 했어요. 할 수 있는 한 높이 뛰었어요. 그리고 자신의 몸을 하늘 더 높이 들어 올리는 바람을 느꼈어요. 쥐는 해를 향해 발을 쭉 뻗고, 강한 힘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어요. 쥐는 기쁨에 차서 위, 아래 놀랍도록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땅과 하늘과 생명들의 향기를 맡았어요.
“뜀뛰는쥐야.” 마법개구리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네게 새 이름을 줄게.”

 



“네 이름은 이제 독수리야.”




“넌 이제 머나먼 나라에서 영원히 살게 되었어.”

(마지막 장면의 독수리 클로즈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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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7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5-02-07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예진양, 나야 영광이지. 뭐 내가 제대로 롤 모델이 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지만(^^;;;) 예진양이 원하면 해줘야지. 알라딘 페이퍼 코멘트로 하든 이메일로 보내든 나는 상관 없으니까 언제든지 보내줘요.^^

2005-02-08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2-08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놀자 > [펌] 훌륭한 문장쓰기 10계명

문장은 간결하게 쓸 것, 그럴 수 없다면 확실하게 점검할 것, 이것이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요즘 문장 쓰기에 관한 책들을 몇 권 보면서 내용을 정리해봤다. 몇 가지에만 유의하면 소리도 훌륭한 문장을 쓸 수 있다. 아싸~


1. 문장성분 사이의 호응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장이 길어지거나 하나의 문장 안에 여러 번의 주술관계가 반복될 때 호응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어와 서술어만 제대로 맞아도 어색하지 않은 문장이 된다. 또 연관되는 어휘를 서로 가까이 놓으면 어색함을 피할 수 있다. 주어와 서술어가 가까울수록 좋다.
그 당시 그의 얼굴은 기쁨과 슬픔, 그리고 만족감과 허탈감이 미묘하게 어우러진 감정이었다.
그 당시 그의 얼굴은 기쁨과 슬픔, 그리고 만족감과 허탈감이 미묘하게 어우러진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2. 조사를 정확하게 써야 한다. 특히, 관형격 조사 '의'의 사용을 남용하지 말 것.
 우리말은 조사 하나에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나는 너를 믿는다."와 "나는 너만 믿는다."를 비교해 보자. 의미가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명사가 연속되어 나타나는 문장은 이를 되도록 서술형으로 풀어쓰는 것이 의미의 명료성과 표현의 세련성을 함께 보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전쟁의 주장은 범죄이다. 전쟁을 주장하는 것은 범죄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영화 제작의 사전 심의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영화 제작에 대한 사전 심의가 강화돼야 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외국어 번역투의 표현을 피해야 한다.
 사람들이 영어공부를 너무 열심히 한 탓인지 요즘 이런 문장이 많이 보인다.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실 일이다.
갑작스레 내린 비가 우리를 그곳에 머물 수밖에 없게 했다.
->갑작스레 비가 내려 우리는 그곳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국문학계의 큰 스승으로 불려진다. ->그는 국문학계의 큰 스승으로 불린다.
:'불리다'라는 말 안에 이미 피동의 의미가 들어가 있다.(이,히,리,기는 피동을 만든다.)


4.의미의 중복이 없어야 한다.
 의미가 중복되는 것은 미숙한 문장이다.
남성의 담배 흡연율이 매우 높아졌다.남성의 흡연률이 매우 높아졌다.
과반수를 넘는 사람들이 찬성했다.
반수를 넘는 사람들이 찬성했다. / 과반수의 사람들이 찬성했다.


5.단어를 함부로 분리해서는 안된다.
 명사 뒤에 '하다'나 '되다'와 같은 접미사가 붙어 만들어진 파생어를 하나의 단어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문장을 자주 쓴다. 이런 문장은 명확성이나 간결성이 떨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와 같은 신념이 더 이상 유지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그와 같은 신념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6.부적절한 명사형의 표현을 피해야 한다.
 우리말은 명사보다 동사와 형용사가 더 발달되어 있다. 이것을 부자연스럽게 명사처럼 쓰면 어색한 문장이 되기 쉽다.
김 선생님이 우리를 가르침은 우리에게는 좋은 추억이었다.
김 선생님이 우리를 가르치신 것은 우리에게는 좋은 추억이었다.
김 선생님의 가르침을 하나라도 잊어서는 안된다. (여기서의 '가르침'은 쓰임이 다르다.)


7.복수접미사를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말은 문맥을 통해 복수임이 드러나는 경우에는 복수접미사를 생략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한용운의 시들에는 역설적인 표현들이 많이 있다.
한용운의 시에는 역설적인 표현이 많이 있다.
여기는 내 친구들이야. / 내게는 세 명의 친구들이 있어.
앞의 문장은 "친구들"을 쓰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뒤의 문장은 "친구"라고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8.수를 나타태는 표현에 유의하여야 한다.
 우리말에서 숫자를 가리키는 말에는 고유어와 한자어 두 가지가 있다. 그리고 보통 아라비아 숫자는 한자어로 읽힌다. 숫자와 숫자를 세는 단위가 결합될 때에는 고유어는 고유어끼리, 한자어는 한자어끼리 결합되려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예외도 있다.
5달, 5해5개월, 5년 / 다섯 달, 다섯 해
1명 / 한 명, 1장 / 한 장,


9.완결된 문장을 써야 한다.
 말줄임표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읽기가 불편한 문장도 종종 본다. (그런 친구들을 가끔씩 쩜돌이, 쩜순이라고 부르는 것도 재미있긴 하지만 완결된 문장이 더 좋다.^^) 꼭 그 느낌을 전달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되도록 제대로 완결된 문장을 쓰는 것이 좋다.


10.'~것이다'의 사용에 유의하여야 한다.
 '~것이다'라는 표현이 많아지는 이유는 대부분 자신의 글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독자가 아무래도 자신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것 같아서, 또는 중요한 것인데도 그냥 지나칠 것 같아서 쓰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표현이 중복되면 오히려 경박해보기기도 하고, 자연스럽지 못하다. '~것이다'를 쓸 수 있는 문장은 앞에서 한 말을 다시 부연해서 설명하거나, 주술의 호응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경우, 그리고 문장에 힘을 주고 의미를 강조하려 할 때만 쓰는 것이 좋다.

인내와 노력만이 영광된 내일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인내와 노력만이 영광된 내일을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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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2-06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 보기만해도 스트레스 받습니다. 저런건 좀 타고날 수 없는걸까요?

balmas 2005-02-06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말이에요, 저런 재주를 타고 나면 얼마나 좋겠어요?

사량 2005-02-06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문장은 재주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퇴고를 되풀이함으로써 가능한 것입니다. 초고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기 글이 보기 싫더라도 거듭 읽고 고쳐서 간결하게 만들고자 노력하면 누구나 깨끗하고 단정한 문장을 쓸 수 있습니다. (헉, 뭘 믿고 이렇게 단호하고 자신 있게 말하는 거지? -_-;;;)

balmas 2005-02-06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사량님 말이 정답이군요.
아셨죠, 하이드님?^^
 

 

대안세계화와 한국 사회운동

 

- 2005년 <사회화와노동>의 기치를 밝히며

 


 

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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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계화는 전쟁을 동반하는 금융세계화며 새로운 제국주의다. 극단적인 착취와 강탈, 전쟁의 폭력, 빈곤의 여성화와 여성에 대한 폭력은 세계 민중에게 유례가 없는 도전이다. 이에 저항하는 세계의 사회운동은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라는 지배세력의 온정주의나 보수적■퇴행적 ‘반세계화’를 넘어서 ‘대안세계화’의 이름으로 이념과 운동을 발견하고 있다. 인민의 권리의 자율적 실현, 사회적■경제적 변혁, 사회운동과 공동체 간 교통과 연대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의 사회운동은 지배세력의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라는 미망과 새로운 파퓰리즘적인 정치행태 속에서 심각한 동요를 경험하고 있으며, 동시에 ‘대안세계화’ 운동의 전진적인 요소들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사회진보연대는 한국 사회운동의 긴급한 과제와 앞으로 <사회화와 노동>이 주목하고자 하는 바를 이 지면을 통해 밝히고자 한다.

새로운 제국주의: 전쟁을 동반하는 금융세계화

미국 경제의 위기와 이와 날카롭게 대비되는 미국 군사력의 압도적인 우위는 세계 인민들에게 진정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은 해외직접투자와 포트폴리오투자를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로 엄청난 양의 소득을 빨아들였다. 미국의 부유계급은 미국 내 신자유주의 개혁의 흥청거림 속에서 풍요한 소비를 향유했다. 하지만 이제 미국은 저축률의 감소, 경상수지 적자로 외채증가, 외국으로의 거대한 소득유출, 국내 자본소득의 감소라는 악순환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은 달러화 약세라는 궤도로 돌아섰고, '글로벌한 정책협조'라는 미명으로 그 부담을 타국에게 분산시키려 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짧은 시간 내에 대파국을 맞으리라 예상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경향이 장기적으로 미국의 금융적 지배와 제국주의 권력으로서 행동할 수 있는 능력과 모순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편, 미국은 이라크를 군사력으로 강점한 후 신속한 신자유주의 개혁을 위한 발걸음을 걷고 있다. 2004년 말 19개 나라로 구성된 ‘파리클럽’(주요채권국회의)은 이라크의 1200억 달러에 이르는 외채 가운데 파리클럽에 지고 있는 400억 달러 중 80%에 대한 부채탕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초기 30%를 탕감한 후에는 IMF 프로그램이 승인된 후 30%를 탕감하고 마지막은 20%는 IMF 조사위원회가 프로그램의 이행 여부를 판단하여 탕감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점이다. 이라크 인민의 시각에서 볼 때, 전쟁을 감행한 당사자들에게 부채를 갚아야 한다는 전제 자체가 증오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나아가 앞으로 진행될 IMF 프로그램은 이라크 인민의 민주적 결정 과정을 배제한 철저한 중심부 국가의 이익을 위한 개혁이 될 터이므로 심각한 저항을 야기할 수 있다. 이미 정통성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이라크 임시정부가 이를 감당한 능력을 과연 조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을까?
미국이 이라크에서 벌인 전쟁과 점령은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한 사회를 한순간에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은 지녔지만 그것을 재건할 수 있는 정치적■경제적 능력은 결핍되어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부시의 대통령 재선은 도덕심, 애국주의 등 어떤 치장을 하더라도 미국 사회가 종교적 이데올로기나 전쟁의 폭력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야말로 미국 스스로가 주도한 금융세계화의 부메랑 효과에 대한 퇴행적, 반동적 대응의 한 측면이다.
이는 오늘의 자본주의 세계가 착취와 강탈, 이데올로기적 맹신과 전쟁의 폭력이라는 첨예한 국면으로 이미 진입하였을 보여준다. 전쟁을 동반하는 금융세계화는 세계화의 새로운 국면이자 ‘새로운 제국주의’라고 부를 만하다. 세계 민중에게는 유례가 없는 도전이자 투쟁의 대상이다.

세계화에 대한 불만들

오늘의 세계 자본주의의는 18-19세기 자본주의 사회로의 이행의 ‘원시적 축적’ 과정과 비견할 만하다. 마르크스는 ‘원시적 축적’을 광범위하게 관찰했다. 토지의 상품화와 사유화, 농민 인구의 강제적인 구축, 다양한 형태의 소유권(공공소유, 집단소유, 국가소유)의 배타적인 사적 소유권으로 전환, 공공의 권리의 억압, 노동력의 상품화와 생산과 소비의 대안적■ 토착적 형태의 억압, 자연자원을 포함하는 자산의 식민지적■신식민지적■제국주의적 영유과정, 교환과 납세의 화폐화(특히 토지), 노예무역, 고리대금■국채■신용체계 등등.
마르크스가 언급한 이러한 특징들은 현재에도 강력하게 남아 있으며, 어떤 것은 과거보다 더 강력한 역할을 한다. 신용체계와 금융자본은 약탈, 사기, 도둑질의 중요한 수단이다. 주식부양, 인플레이션을 통한 구조적인 자산파괴, 인수합병을 통한 자산약탈, 한 나라의 모든 인민을 부채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채무부담의 증대, 신용과 주식 조작을 통한 기업의 사기와 자산 강탈(연금 기금의 유용과 주식과 기업의 붕괴를 통한 대규모 피해) 등등.
또한 강탈에 의한 축적은 완전히 새로운 메커니즘이 열고 있다. WTO 협상에서 지적소유권에 대한 협상(TRIPS 협정)의 강조는 중요한 사례다. 지적재산권은 지배세력이 주장하는 자유무역의 유용성, 즉 지식과 기술, 사상의 자유로운 교통이라는 이념이 무색한 대표적인 보호무역의 사례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유전물질의 세계저장량에 대한 약탈이 소수의 거대 초민족기업의 이득을 위해 진행 중이다. 세계의 환경 공유물(토지, 대기, 물)의 점증하는 고갈과 생물서식지의 하락은 자연의 대대적인 상품화의 결과며 자본집약적 농업생산 양식을 제외한 모든 농업을 제약한다. 문화적 형태, 역사, 지적 활동의 상품화는 대대적인 강탈을 동반한다.
이러한 강탈의 과정은 세계화에 대한 불만들을 누적시키고 있으며, 광범위한 저항을 야기하고 있다.

반세계화인가, 대안세계화인가?

그러나 세계화에 대항하는 운동은 다양한 경향들을 포함하고 있다. 1999년 미국 시애틀 WTO 각료회담 반대투쟁은 그러한 요소들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예컨대 당시 미국노총이 보여준 입장은 중요한 사례다. 그들이 시애틀투쟁에 참가한 중요한 동기의 하나는 중국의 WTO 가입 반대였다. ‘중국의 가입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낮은 임금제공을 통해 중국의 엘리트들이 대중을 억압하게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담론은 사실상 국수주의■보호무역주의, 그리고 인종주의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것이었다. 금융세계화가 동반하는 생산과 고용의 파괴라는 현실의 원인을 외부의 국가 또는 인민에게 돌리는 매우 위험스러운 주장이다. 또한 외부의 국가 또는 인민을 적으로 삼는 이데올로기는 곧바로 내부의 적 - 이주자, 여성, 실업자 등등 - 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국민 중에 기생충이 있다”는 대처의 발언을 생각해 보라).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미국말고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의 범죄화를 주장하는 극우세력에게도 ‘반세계화’는 중심 구호가 되고 있다. 나아가 시민권의 '민족 우선‘ 원칙을 세운 유럽연합은 배타적인 권리부여를 체계화한다. 세계화가 낳은 혼돈으로부터 또는 ’미국화‘의 물결로부터 자기 민족에게 고유한 무언가를 지켜야 한다는 ’반세계화‘의 논리는 이처럼 보수주의적인 이데올로기로도 이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세계화에 대한 불만이 보수주의로만 표출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화 반대’의 코포라티즘 경향도 분명히 존재한다 (민족경제의 재건, 국유화나 ‘투자의 사회화’를 통한 산업의 균형발전, 노동자 전체의 고용증진과 복지개선 등등).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금융세계화의 현실에서 이미 ‘미망’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배세력 중 일부는 이러한 경향을 대중조작을 위한 간판으로 간혹 활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 이후 먼 훗날의 신기루로 한없이 지연된다.

대안세계화: 세계 민중운동의 저항의 전진적 요소들

이처럼 ‘반세계화’이라는 명칭이 우리의 운동을 지칭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사실이 점차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세계농민운동조직인 비아캄페시나(소농의 길)는 ‘투쟁을 세계화하자, 희망을 세계화하자’는 구호를 내걸었다. 민족적■인종적 분할, 성적 억압과 배제라는 현실의 조건을 지양하는 보편적인 이념과 그에 적합한 운동을 건설하는 것만이 능동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사회운동의 흐름에서 어떤 전진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계발해야 하는가?
첫째, 인민들의 권리의 자율적인 실현이라는 원칙을 발전시켜야 한다. 세계경제기구나 글로벌 NGO가 내세우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라는 미망이나 ‘반세계화’ 운동의 보수적, 퇴행적 요소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안세계화 운동은 모든 인민들의 권리의 목록을 재작성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세계화의 고통 속에서 인민 스스로를 분리시키는 요소를 제거하고 상호확장적인 권리를 발견하며, 또한 인민들의 자율적인 운동을 통해 쟁취하고자 하는 원칙이다.
둘째, 금융세계화의 현실에 공통으로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경제적 전화의 전략과 요구를 계발해야 한다. 예컨대 세계 자본주의 주변부와 신흥공업국을 휩쓴 외채위기를 겪으며, ‘국제금융■무역기구’ 반대(또는 전화), 제3세계 외채탕감, 금융거래과세를 통한 자본통제 등의 요구를 제시했다. 현재 세계사회운동의 가장 활동적인 세력의 하나인 농민운동은 식량주권(단순한 민족적 식량자급이 아닌 토지, 생명종과 유전자원, 농업지식에 대한 농민의 권리), 토지개혁과 대안적 농업모델을 두고 활발한 모색과 투쟁을 펼치고 있다. 거대한 사유화■상품화의 물결 속에서 지식에 대한 소유권과 자연 공유물에 대한 소유권에 반대하는 투쟁도 성장하고 있다. 세계화가 낳은 여성의 빈곤, 여성에 대한 폭력에 맞서는 여성운동의 모색과 투쟁도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기된 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다. 세계화는 복합적인 현실의 변화를 낳고 있으며, 대안세계화 운동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몇몇 제한적 요구의 제기로 단순화될 수 없다. 예를 들어 금융세계화에 조응하기 위해 화폐통합을 매개로 신자유주의 경제통합을 단행하고 유럽헌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유럽연합의 현실은 이 문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참조점이다. 현재 유럽연합의 건설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긴급한 과제로 떠오르게 한다. 예컨대 유럽의 입법■사법■행정기구의 민주화 (특히 유럽연합의 사법체계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율화되면서 전횡을 휘두르게 된다), 사회적 노동의 재조직화(‘모든 사람에게 일자리를‘이라는 목표의 갱신), 국경의 민주화 (인민들의 순환과 거주의 보편적 권리), 교육의 일반화 (특히 획일적인 민족적 교육체계에 의해 억압되는 익명의 이주자들 사이에서) 등등. 이는 세계화가 억압하는 인권■시민권의 재건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이자 사회의 변혁을 위한 출발점일 수 있다. 대안세계화 운동은 세계적■지역적 시민권(노동권, 여성권)의 재건을 위한 경로들을 발견해야 한다.
셋째, 사회운동은 (앞서의 목표를 위해서도)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분리된 민족 또는 공동체 간 교통과 연대를 추구해야 한다. 특히 ‘문명의 충돌’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갈등과 전쟁을 불변으로 간주하거나 이를 진압■순치하는 게 ‘성스러운’ 임무라고 주장하는 세력과 대결하는 게 긴급한 과제다. 오늘 세계에서 전쟁과 종교적 이데올로기의 발호는 세계화가 낳은 가장 극단적인 결과이자 인민운동의 진정한 무능력을 표현한다. 현재 움터나고 있는 반전운동은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명분으로 감행되는 ‘인도주의’ 전쟁이나 침략전쟁을 거부하며, 전쟁과 폭력의 전장에서 평화와 민주주의를 바라는 사회운동들간의 연대를 추구하고 있다. 전쟁이 벌어지는 곳은 곧 저발전 지역이며 곧 퇴행적인 사회이며, ‘인도주의’ 개입을 통한 민주주의의 이식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서구 제국주의가 제공하는 시각을 거부하고, 인민운동 차원의 교통과 연대의 틀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대안세계화와 한국의 사회운동

한국의 사회운동은 ‘반세계화’를 넘어서 ‘대안세계화’라는 이름을 찾고 있는가?
한국의 사회운동은 노무현정권의 파퓰리즘이라는 조건 위에 있다. 노무현정권은 김대중정권의 노선을 보완하며 신자유주의 개혁을 신속하게 강도 높게 추진하기 위해 새로운 파퓰리즘적인 정치행태를 창출하고 있다. 행정부 권력의 비대화, 미디어의 적극적인 활용, 대통령 개인에 대한 대중적 지지나 지역주의(실리주의)적 동원 등의 정치행태는 민중운동의 저항을 무력화하는 전형적인 방식이 되고 있다. 또한 정권과 NGO와 결탁은 위기의 순간마다 민중의 단결을 교란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게다가 노무현정권의 파퓰리즘은 기본적으로 기존 노동자운동을 배제하는 (과거 남미의 페론주의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물론 ‘참여와 대화’라는 수사는 계속 허구적으로 활용된다). 이 과정에서 사법부와 같은 억압적 국가기구가 자율화되면서 민중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권력을 휘두르며 사회의 위기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사회에서 ‘국가의 민주화’는 우회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인민이 우선 ‘국가의 민주적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 한국의 사회운동은 ‘세계화의 승리자(수혜자)’라는 미망을 타파하며, 전쟁의 폭력이라는 위급성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화와 노동>은 다음과 같이 우리 운동의 공동의 과제를 인식하고 분석과 입장을 마련해나갈 것이다.

첫째, 대안세계화운동에 적합한 노동자운동의 개조. 현재 국제노동자운동은 형성 중인 대안세계화운동에서 가장 비활동적인 부문으로 남아 있다. 이는 국제자유노련 등으로 대표되는 국제노동자운동조직의 전통적인 ‘반공주의■코포라티즘’ 지향과 그 몰락의 유산이다 (북반구 노조운동의 쇠퇴, 로비중심의 활동 행태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협력기구(OECD)나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하는 ‘괜찮은 노동‘(decent work)이라는 슬로건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금융세계화의 현실에 대한 진정한 맹목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노무현정권이 기본적으로 노동자운동을 배제하는 파퓰리즘 형태를 창출함으로써, 현존 노동조합 운동이 큰 동요를 겪고 있다. 즉 노동조합은 최소한의 코포라티즘적 지향조차 포기하며 정권의 ’위기관리‘ 파트너가 될 것인가 동요한다.
한편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면 현재 민주노총 지도부의 지향을 ’사회적 합의주의‘라고 부르기에는 부적합한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최소한 ’사회적‘ 또는 ’코포라티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합의의 결과가 노동자대중의 포괄적인 부문들에게 그 결과가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러나 현재의 지향은 노동자의 상층 일부의 현상유지를 목적으로 할 뿐이다. 한마디로 사회적 합의주의나 코포라티즘에 미달하나, 그것을 허구적으로 주장할 뿐이다. 예컨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구상이 일부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으로 현실적으로 전환된 것은 코포라티즘에 미달하는 현재의 노조운동의 지향을 증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현재 ‘비정규직 철폐투쟁’도 갈림길에 있다. 비정규직권리보장 입법과 같은 ‘법제화’ 시도는 사회 전체에 걸친 ‘사회적 노동의 재조직화’ - 일례로 ‘모두에게 일자리를’이라는 구호가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 정도의 노동시간의 획기적 단축이나 여성의 가사노동과 같은 광범위한 사회적 활동의 사회적 인정. 또는 이와 전혀 다른 방식의 생산관계의 전진적인 변혁 - 가 동반되지 않으면 비정규직 철폐의 현실적 경로를 발견할 수 없다. 현재의 구조에 단순히 편입되는 게 불가능하다면 현재의 구조를 변혁하는 게 유일한 경로다. 방향의 전환이 시작되지 않는다면 실업■빈곤, 이주노동자의 권리의 문제를 동시에 사고할 길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여성운동과 노동자운동의 양립. 지난 세기 노동자운동은 가족을 매개로 재생산의 부담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온존시켰다. 신자유주의 공세는 여성이 출산, 양육과 전반적인 가사노동을 책임져야 할 뿐만 아니라 생계비용을 보충하기 위해 이중적 노동을 해야만 하는 상태를 촉진했다. 이는 여성의 출혈적인 노동력 판매를 확대하고 그 결과 여성의 빈곤과 고통의 악순환이 성립했다. 여기서 남성 가장의 임금이 가족의 재생산을 담보한다는 ‘가족임금’은 하나의 맹목점이 되었고, 현실의 고통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여성운동과 노동자운동이 양립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빈곤 문제에 관한 전진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만 한다. 물론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한편, 전쟁을 동반하는 금융세계화는 여성이 경험하는 폭력적 현실을 더욱 증폭한다. 먼저 전쟁은 대부분의 전쟁이 증언하듯이 ‘성별화된 폭력’을 확대한다. 전쟁은 여성에 대한 잔혹한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상징적 폭력을 동반한다. 또 한편으로 금융세계화가 강요하는 여성의 빈곤은 성매매의 문제를 더욱 증폭한다. 전쟁과 성매매라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문제에 직면해 여성의 권리의 견지에서 운동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셋째, 대안세계화 운동과 반전운동의 결합. 현재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침략전쟁만이 유일한 전쟁이 아니다. 현재 미국은 동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중동과 같이 미국의 이해에 ‘사활적인 지역’에서는 기존의 군사동맹과 무기체계를 강화하면서 도발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거나, 콜롬비아나 베네주엘라에서 저강도전쟁(마약과의 전쟁, 정권의 전복)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외 배제된 지역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전쟁에 대해서는 어색하게 침묵하거나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는 미명으로 중심부로의 분쟁확대를 저지하는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세계화로부터 배제된 지역은 과거 식민주의■제국주의■신식민주의의 역사를 거치며 인간생명과 자연자원의 착취, 외채를 통한 수탈을 겪었고, 구 식민권력이 이식한 부정한 토착정권의 이중수탈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는 황폐화되었고, 군벌들 간 약탈전쟁마저 만연하다. 이러한 사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세계의 배제된 지역에서 반전운동과 대안세계화운동이 결합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사회운동 차원의 교통과 연대가 확장되어야 한다. 세계자본주의의 주변부에서 전쟁과 빈곤은 극단적 폭력의 지대를 공고히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또한 현재 한반도는 ‘신자유주의 경제통합’과 ‘절멸의 전쟁’의 위기에서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한국의 반전평화운동은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주장하는 세력들이 희망하는 한미동맹의 안정적인 분쟁관리인가 아니면 또 다른 급진화의 길인가를 두고 갈림길에 서 있는 시점이다.

역시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복합적인 과제들이 존재한다. 대안세계화 운동에서 가장 활력 있는 부문으로 성장하고 있는 농민운동, 식량주권과 농업개혁에 관한 요구와 분리될 수 없는 생태운동, 현재의 실업/반실업■빈곤의 문제와 깊게 연루된 대중교육의 위기 등의 문제는 우리가 공동으로 풀어나가야 할 긴급한 과제다
<사회화와 노동>은 이와 같은 한국 사회운동의 중장기적 과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공동의 전망을 세워나가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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