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시간강사 푸대접은 大學모독”


 

그들에게 방학은 살벌한 기간이다. 실업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서둘러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알아봐야 할 때이다. 연구를 하려고 해도 강의가 없는 방학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책도 빌릴 수 없다. 사회에서는 시간강사라고 부르는 비정규직 대학교수. 그들은 정규직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도 하고 논문도 발표한다. 그러나 교수로서의 법적 지위와 대우를 받지 못한다. 군사정권이 들어선 1962년 교육법을 개악(改惡)한 뒤 교원의 지위를 빼앗겼다. 말하자면 ‘무적자’가 됐다. 당연히 그들은 직장의료보험도 적용받지 못한다. 한마디로 인권사각지대에 놓인 처지다.

비정규직 대학교수 노동조합(위원장 변상출)의 진정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시간강사도 지위와 교육 활동 가치를 인정받고 전임교원에 비례하는 합리적 대우를 받아야 된다’고 결정, 교육인적자원부에 권고했다.

“교육부는 꿈쩍도 하지 않아요. 권고안이 나온 뒤 시간강사들이 더 홍역을 치르는 대학도 있습니다.”

비정규직 교수노조 심세광 부위원장(41·성균관대 분회장)은 “시간강사들이 대학교육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현실은 ‘파출부’에 불과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시간강사의 수는 정규 교수의 두배가 넘습니다. 사실상 대학교육은 시간강사들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법적으로는 교원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급여도 급여지만 학생들 논문지도도 못하고 학사운영에도 참여할 수 없어요.”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 성균관대에서 불문학 강의를 해 온 심 부위원장은 “시간강사들은 사실상 ‘학문적 권력’의 장벽에서 밀려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전두환 정권 때 졸업정원제를 시행하며 대학의 정원을 대폭 늘려놨지만 대학은 학생만 늘리고 교수는 늘리지 않았다. 그 자리를 메워온 것이 시간강사들이다.

“악순환을 하는 겁니다. 그나마 많은 시간강사들이 학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대학교육을 이만큼이라도 떠받치고 있는 겁니다.”

시간강사의 강의료는 대학 마음대로다. 2만원대에서 4만원대로 천차만별이지만 평균 시간당 3만원꼴. 시간강사들은 대개 1주일에 3시간짜리 과목 하나를 맡아 강의한다. 얼핏 셈으로 한달 강의료는 36만원. 정부가 책정한 1인가구 최저생계비 36만8천원(최근 최저생계비 체험행사가 열렸는데 참가자들은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에도 못미친다. 그나마 방학 때는 강의가 없기 때문에 강의료도 없다.

시간강사들은 생계를 위해 우유배달, 주유소, 막노동 가릴 것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따라서 연구하고 학생들 가르칠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을 그만큼 빼앗기게 된다. 쉽게 말해서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교육권의 박탈이다.

“시간강사들도 교원으로 인정해줘야 합니다. 군사정권이 개악한 교육법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심부위원장은 대학입시가 교육의 전부인양 호들갑을 떠는 우리나라 교육계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했다. 자신이 평생 가야 할 길을 찾는 과정인 대학교육은 모두다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니 한국 대학의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이제 대학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나라가 적극 나서야 하며 그 중 하나가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심부위원장과 인터뷰를 한 날 공교롭게도 한국과 중국, 일본의 이공계 대학생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과학 수준이 꼴찌라는 보도가 나왔다.

〈윤성노기자 ysn0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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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 테러당한 후 테러전쟁 의지 더 강해져"

美국무부, 철군 시작한 필리핀 맹성토하며 "한국을 배워라" 주장

 

  미국이 자국민 석방을 위해 이라크 파병군를 철수를 시작한 필리핀 정부에 대해 연일 노골적인 협박발언을 계속하는 동시에, “필리핀처럼 자국민 위협이라는 같은 상황에 처했던 한국 등의 나라는 (자국민이 납치후 피살된 뒤) 오히려 납치범들의 잔인함을 이해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의지가 더 강해졌다”고 주장했다.
  
  필리핀의 철군 결정으로 국제사회에서 치명적 타격을 입은 '테러와의 전쟁'을, 자국민 피살에도 불구하고 추가파병을 강행하는 한국 정부를 앞세워 만회하려는 심보인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미국 주장은 고 김선일씨 피살 사건후 높아지고 있는 한국의 파병철회 여론을 조작하는 것인 동시에, 앞으로 한층 한국이 중동 무장저항세력의 주된 공격목표가 되도록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바우처 “필리핀 철군 결정, 양국관계 영향 있을 것”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테러리즘 정책과 테러범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정책에 반하는 필리핀 정부의 결정이 미-필리핀 양국관계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답해, 향후 필리핀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같이 답하며 “필리핀 정부의 결정은 전혀 예상되지 않던 결정”이라고 말해, 당혹감과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의 이같은 반응은 필리핀 정부가 이라크 주둔 자국군의 철수를 시작한 후에 나온 것이다. 델리아 알버트 필리핀 외교장관은 14일 “필리핀군은 이미 이라크에서 철수중”이라며 “철수가 진행되고 있는데 따라 현재는 51명 가운데 43명만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밝혔었다.
  
  바우처 대변인의 이같은 분노는 앞서 13일 가진 브리핑에서도 필리핀 외무차관이 납치저항세력의 ‘조기철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외무차관의 성명 발표에 실망했다”며 “이는 납치단체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가 거부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바우처 대변인은 실제로 14일 브리핑에서 재차 “필리핀 성명에 실망했다”며 “이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고 테러범들에 강한 태도를 보이고 그들이 우리 행동에 변화를 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필리핀 정부를 맹성토했다.
  
  “한국, 납치범 잔인함 이해하고 테러전쟁 의지 더 강해져” 주장
  
  바우처 대변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고 김선일씨가 피살된 한국과 13일 자국민 인질이 살해된 불가리아, 3명이 인질로 잡혔다가 풀렸났던 일본 등을 거론하며 ”이들 국가들도 자국민이 위협받는 비슷한 상황에 처했었다”며 필리핀을 재차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납치범들의 잔인함과 해악, 야만성을 이해하고서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의지는 더욱 강화됐다”며 “많은 나라에서 테러에 대한 반작용으로 결의는 더욱 강화됐으며 테러범들이 누구인지, 왜 싸워야 하는지 등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미국 주장은 고 김선일씨 피살 사건후 높아지고 있는 한국의 파병철회 여론을 조작하는 것인 동시에, 앞으로 한층 한국이 중동 무장저항세력의 주된 공격목표가 되도록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같은 억지주장을 펴는 이면에는 고 김선일씨 피살위협에도 불구하고 즉각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을 재확인한 한국 정부나, 최근 방미과정에 국무부 등 미국 정부측에 저자세 외교로 일관한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 등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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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7-1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무현과 신기남이 보면 매우 반길 만한 소식.
"영광스럽게도 미 국무부에서 우리를 칭찬했다!!"라고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면서.
오늘 청와대 브리핑에서는 이 소식을 안 다루나? 청와대 홈페이지라도 가봐야할 듯 ...
 


 

 

 

"'피플 파워'가 '친미' 아로요 굴복시켰다"

필리핀 언론, "아로요, 국민영웅·배반자 사이 선택해야" 압박

 

 그동안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동참하며 미국의 최대 우방 가운데 하나였던 필리핀의 '친미'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이 무장저항세력의 '즉시 철군'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미국의 대이라크 전선을 무력화시켜 미국을 격노케 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를 무엇보다 중시했던 아로요 대통령은 왜 이런 결단을 한 것인가.
  
  14일 밤 광화문에서 열린 파병철회 철야농성에 참가한 카사마코 필리핀 이주노동자 공동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파리마'씨는 이같은 의문과 관련, "필리핀 민중의 광범위한 철군 여론이 '친미' 아로요 대통령을 굴복시켰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도 추가파병을 막는 방법은 오로지 대중적인 파병반대여론을 형성하는 것이고, 정권도 필리핀처럼 강력한 국민 여론 앞에서는 더 이상 한미동맹을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격노에도 아로요 "철군하라"
  
  델리아 알버트 필리핀 외교장관은 14일 성명을 통해 “필리핀군은 이미 이라크에서 철수중”이라며 “외교부는 국방부와 필리핀 인도지원군의 철수와 관련해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버트 장관은 또 “51명의 파병군 가운데 이미 43명만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필리핀은‘자국민 인질 석방’을 위해 납치무장세력의 “7월 20일까지의 조기철군”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아울러 알버트 장관의 이날 발표는 13일 라파엘 세기스 필리핀 외무차관의 "필리핀은 이라크에 주둔중인 자국병력을 신속하게, 가능한 한 빨리 철군시키겠다"는 발표 이후 가해진 미국 정부의 강력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나온 것이어서,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세기스 차관의 12일 철군 발표 이후 미국은 노골적으로 아로요 대통령을 압박했었다. 13일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필리핀 발표에 실망했으며 납치단체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불쾌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로요대통령이 철군 지시를 내려 필리핀군이 철군을 시작하자, 그는 14일 '필리핀 정부의 결정이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고 김선일씨 피살에도 불구하고 추가파병을 결정한 한국 등을 예로 들며 '앞으로 가만두지 않겠다'는 뉴양스의 노골적인 분노를 표출했다.
  
  아로요, 부시가 환대한 3인의 지도자중 하나
  
  아로요의 이번 결단은 그동안 그가 보여온 저자세 대미외교 자세를 보면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아로요 대통령이 이끄는 필리핀 정부는 미국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참여하며 이라크 파병 결정도 초기에 내린 국가 가운데 하나이다. 그 덕분에 아로요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을 방문할 당시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그동안 단 3명에게만 베풀었다는 정도의 융숭한 환영을 받기도 했다.
  
  특히 필리핀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이 본격화하자 이를 계기로 자국내 이슬람 반군세력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KF) 등 반정부이슬람단체를 소탕하기 위해 미국에 적극 협조하는 등 '맹목적인 친미정책'을 펼쳐왔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필리핀의 최대 수출시장이 미국과 일본이며, 최근에 악화된 경제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아로요 대통령의 이번 결단은 분명 이례적이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필리핀 주요언론, 아로요 노골적으로 압박
  
  이같은 의문에 대한 답은 다름아닌 필리핀의 정권을 두차례나 교체시킨 전력이 있는 필리핀 민중의 '피플 파워'이다.
  
  필리핀 노동자 델 라 크루즈가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됐다는 사실이 보도된 이후 필리핀 국민은 정부에 조속한 석방 교섭에 나서도록 압력을 가했다.
  
  크루즈 가족은 물론 필리핀 여론은 '자국민 보호우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아로요 대통령은 그를 살려야 한다"며 "아로요 대통령은 미국의 이라크전을 지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지를 고려해서는 안된다"며 아로요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또한 석방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다수 국민들이 마닐라 시내에서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집회를 가지면서 경찰과 충돌 사태를 빚는 등 아로요 정부는 이번 사태로 반정부 여론 증폭이라는 큰 위기감에 쌓여 있었다.
  
  이 과정에 특히 큰 역할은 한 것은 다름아닌 언론이었다. 필리핀의 대다수 언론들은 국내 메이저언론들과는 달리, 이라크전을 비난하고 미국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진정한 국가이익이 무엇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었다.
  
  일간 <데일리 트리뷴(Daily Tribune)>은 필리핀 정부가 철군을 결정한 뒤 미국의 압력이 대단하던 13일자 사설에서 "아로요 대통령의 미국에 대한 충실한 동맹역할은 필리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델 라 크루즈가 참수당한다면 강력한 대중의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아로요를 압박했다. 신문은 또 "앞으로 며칠동안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대통령이 필리핀 국민의 영웅이 될지 아니면 배반자가 될지 결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간 <말라야(malaya)>도 이날 사설을 통해 "델라 크루즈 가족들은 납치세력에 계속해서 선처를 호소해야 하며 정부에 대해서는 이라크 주둔 필리핀군을 철수하라는 요구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가족들은 필리핀 국민은 필리핀 정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이라크 국민들과 아무런 악한 관련이 없으며 우리를 부시의 전쟁에 참여시킨 것은 글로리아 아로요일뿐"이라고 아로요의 참전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신문은 "정부는 국가이익과 워싱턴에의 맹목적 순종 사이의 구별도 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로요, '피플 파워' 누구보다도 잘 알아
  
  이같은 다수 국민과 언론의 압박은 아로요에게 더없는 압력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 5월10일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연임에 성공, 지난달 공식 취임한 아로요 대통령은 '국민의 힘'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다. 그 자신이 정치인으로 입문하고 권좌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제2의 피플 파워' 등 시민세력의 힘이 컸기 때문이다.
  
  1947년생인 아로요 대통령은 필리핀 9대 대통령으로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웠던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전 대통령의 딸이다. 그녀는 미국 워싱턴의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2년동안 유학생활을 보냈으며 필리핀 국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미국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같이 공부해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대학 교수와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다 ‘제1의 피플파워’로 집권한 코라손 아키노 정부하인 1986년에 무역산업부 차관보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으며 마르코스 정권을 붕괴시킨 시민조직들이 연합, 창당한 필리핀민주투쟁당(LDP)의 공천을 받아 1992년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1995년 재선당시에는 1천5백70만표를 얻어 필리핀 선거 사상 최다득표를 기록하며 가장 촉망받고 인기있는 여성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1998년에는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이 이끄는 라카스당 후보로 부통령에 당선돼 사회복지부장관을 겸직했다.
  
  2000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사건이 일어나자 장관직을 사임한 뒤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시위 대열에 합류, 2001년 1월 에스트라다를 권좌에서 몰아내고 아키노에 이어 피플 파워로 대통령에 오르게 됐다.
  
   아로요, 국민적 지지기반 취약
  
  이처럼 국민의 힘을 가장 잘 아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지만 대통령에 재선한 이후 가장 큰 고민은 국민적 지지기반이 빈약하다는 점이었다. 자신과 대통령선거에서 맞붙었던 영화배우 출신인 페르디난도 포 2세는 빈곤층 출신이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국민적 지지를 받았지만, 아로요 대통령은 엘리트 출신 기득권층이었다.
  
  이에 아로요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후 부패혐의로 쫒겨난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대중들이 대통령궁 앞에 몰려와 에스트라다를 연호하며 아로요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일들에 종종 직면해야 했다.
  
  게다가 다른 한편엔 필리핀 군부의 압력이 상존하고 있다. 필리핀 군부는 지나 1989년 이후 모두 8차례나 쿠데타를 일으키는 등 정국불안의 중심에 서 있었다. 지난해에도 3백명 이상의 소장파 장교들이 아로요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며 마닐라 호텔을 접수하는 등 정치적 불안정성을 야기하기도 했다. 물론 이 사건은 평화적으로 해결됐지만, 이 과정에 아로요가 임명한 국방부장관과 군정보부 수장은 물러나야 했다.
  
  더욱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동참하면서, 국내 무슬림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빈부격차, 빈곤층 나날이 악화
  
  이와 함께 열악한 경제상황도 아로요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필리핀 인구 8천4백만명 가운데 40%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극빈층이며, 어린이 3명 가운데 1명은 영양실조 상태다. 4월말 현재 실업률은 공식 발표만으로도 13.7%에 이르렀다. 국가채무는 1천억달러에 달하고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는 전년도에 비해 82%나 줄었다. 빈부격차는 더욱 심각해, 상류층 5%가 국토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다수 국민은 절대적, 상대적 박탈감에 휩싸여 있다.
  
  더욱이 ‘경제 전문가’를 자처하는 아로요 대통령이지만 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후 IMF요구에 따라 시행한 어설픈 구조개혁은 실업률 증가와 전기세, 수도세 인상 등 서민 물가불안을 야기, 일반 대중의 고통만 가중시켰다. 이에 필리핀인들 사이에는 "아로요가 미국 말만 들어 가진자만 더 잘살게 하고, 다수 국민은 빈곤의 늪에 빠트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팽배해있다.
  
  이처럼 안팎으로 권력기반이 취약한 아로요였던만큼 자국민 석방을 요구하는 국내의 거센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결국 철군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해외노동자가 필리핀의 생명줄
  
  하지만 이같은 철군 여론의 이면에는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노동자들에 대한 필리핀인들의 감사와 존경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현재 필리핀 경제의 최대 주력은 필리핀의 해외노동자들이 매년 국내로 송금하는 60억~80억달러의 외화다.
  
  필리핀 주요 일간지 <필리핀 스타(Philippine Star)>는 13일자 사설을 통해 "매일같이 약 2천5백명의 필리핀인들이 고국에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해외로 나가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이러한 비극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우리는 종종 중동에서만 1백40만명, 해외에서 약 7백40만명의 필리핀인들이 거주하고 일하면서 매년 고국에 60억에서 80억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보내고 있다는데 자부심을 표하고 있지만 이는 축하할 일이 아니라 탄식해야할 일"이라고 탄식했다.
  
  실제로 납치된 트럭 운전사 크루즈도 9년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에서 일해 왔다. 신문은 이와 관련 "8명의 자녀를 둔 그는 가족과 함께 지내려 했으나 실직한 기간 동안의 빚덩어리 때문에 해외로 내몰리게 된 것"이며 "지난해 2년 계약으로 다시 사우디로 떠나 일자리를 구했으며 그러다가 이번에 무장저항세력에 납치된 것"이라고 전했다.
  
  요컨대 해외에서 각종 궂은 일은 하면서 필리핀을 버팅켜주고 있는 필리핀 노동자들에 대한 필리핀인들의 감사와 존경이 이번 인질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국익은 없다"는 광범위한 여론을 만들어냈고, 아로요는 이같은 국민의 뜻에 승복한 셈이다.
  
  필리핀 인질을 구한 것은 다름아닌 필리핀의 '피플 파워'인 것이다.

   
 
  김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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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수수께끼 > 미술사학적으로 풀이한 사찰이 지니는 의미

  사찰은 우리 산하의 도처에 자리잡고 있으며 불교인은 물론이고 불교를 종교로 갖지 않은 사람들일지라도 그들의 광광코스에는 어느 사찰이건 꼭 끼어 있다. 다른 말로 바꾸면 우리 주변에는 어디에고 사찰이 있다는 말이 될것이다. 한편으로 오랜동안 불교를 숭앙해온 한반도의 종교적 형태로 말미암아 불교 문화재는 우리 문화재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다녀 올 수 있는 사찰에 담긴 의미를 차분하게 되새겨보고자 하였다. 사실, 불교를 종교로 택한 불교인들 조차도 사찰에 다니지만 사찰의 각종 조형물이 갖는 정확한 의미를 알고 사찰을 찾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저자인 숙명여대 정병삼 교수는 일주문에 들어서면서 부터 접하게 되는 사찰 권역의 조형물에 대하여 미술사학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사찰에 있어서의 미술사학적 접근이란 각각의 조형물이 갖는 의미를 풀어내는 일이 될것이며, 여기에는 종교라는 범주속에서 표현되는 교리가 담겨 있고, 그 교리는 도상이라는 또 다른 형식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게 한다. 사찰내의 수많은 건물들의 용도가 무엇이며 왜 그곳에는 그런 불화와 법구가 있어야 하는지...그리고 각각의 조형물은 어떤 으미를 담고 사찰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다룬 도서는 여러 종류가 출간 되었었다. 그 대표적인 책이 신영훈이 쓴 <절로 가는 마음>과 허균의 <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위의 두 책중 허균의 <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와 가깝다고 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나라의 대표적 사찰에 조형된 여러가지 불교 미술품에 대하여 왜 그곳에 잇어야 하며 이름이 그렇게 불려지는 이유와 다양한 모양을 보이는 구조물들이 왜 그런 모양을 하여야만 되는지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을 하고 잇다.

 저자는 오랜동안 화엄사상을 연구하였기에 불교의 교리에 비교적 밝은 편이다. 저자의 이러한 지식은 이 책이 나오기전에 <그림으로 보는 불교이야기>를 통하여 이 책과 유사한 설명을 담은적이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그의 오랜동안의 사찰 연구에서 습득한 사찰이 갖는 의미의 해석이며 사찰 자체를 살아있는 문화유산의 현장으로 확언할 수 있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사찰 초입에 다라라서부터와 부처가 안주하는 공간, 그리고 보살의 길과 부처의 가르침을 받은 부처의 제자, 또 불교의 교리를 수행하기 위한 스님들의 공간, 절을 처음 세운 조사와 짧은 세상을 살고 떠난 스님들의 자취를 담은 승탑과 비림의 순으로 담고 있다.

  이런 내용을 저자는 모두 10개의 꼭지로 나누고 있는데 제 1장은 절의 형태와 변천과정을 소개하고 있고 제 2장에서는 사찰에 들어서면서 만나게 되는 당간과 일주문, 천왕문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제 3장~6장은 사찰의 중심이 되는 부처 관련 조형물에 대한 설명으로 탑과 등, 그리고 법당과 그 안에 안치된 불상에 관한 설명, 불상 뒷편과 좌우를 장식하고 있는 탱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며 부처가 모셔진 대웅전을 비롯한 비로전, 극락전,관음전, 지장전 등의 전각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그 절집에 모셔진 불상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이해를 돕고 있다. 제 7장과 8장에서는 주가 되는 법당과는 다른 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산신각, 동성각, 칠성각 등 민간 신앙에서 습합한 토속신앙의 기도처를 설명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부처의 가르침과 관련이 있는 제자상,나한상 등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고 있다. 제 9장에서는 이러한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수행하는 스님들의 공간을 강원과 선원, 요사채, 암자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으며 마지막 10장에서는 그 사찰을 처음 세운 조사를 모신 조사당과 사찰에서 세상의 목숨을 다하고 먼저 떠난 스님들을 기리는 승탑과 비석에 대하여 친절한 설명을 하고 있다.

 뒷부분에는 권말 부록의 형태로 인도와 중국의 사원의 형태와 기원에 대하여 간략하게 기술하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절을 되돌아 나서며"라는 부제로 절에 들어서면서 부터 느끼게 되는 수행자의 고행과 숨결속에서 자신의 청정심을 되돌아 볼 수 있으며  한결 여유있는 마음으로 사찰을 떠날 수 있는 저자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맛은 책속에 담긴 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사찰을 담은 사진은 설명을 곁들인 참고 사진으로 훌륭하게 이해를 돕고 있다. 내용이 어려운것은 일단 그림으로 접하게 되면 그 어려움도 쉽게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인데 저자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었는지 다양한 사진을 참고로 활용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오늘 나는 사찰에 간다>는 책 제목과는 달리 당장 오늘은 아니더라도 내일, 모레....또는 그 언젠가 사찰을 찾을 때 이 책은 훌륭한 안내서이며 길잡이의 역할을 톡톡히 할것으로 본다.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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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7월 09일 (금)
제 2611 호
발행처 : 인권운동사랑방

 

"민간인 100만 명 학살, 부끄러운 역사예요"

청소년들, 진상규명·명예회복 위한 통합특별법 제정 촉구 의견서 제출

"민간인학살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고, 그 숫자가 100만 명이 넘는다는 것은 충격이었습니다. 게다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된 곳이 몇 군데 밖에 없는 것을 알고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청소년들도 '6.25전쟁전후민간인희생사건진상규명및피해자명예회복등에관한법률'(아래 통합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8일 오후 2시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진상규명범국민위원회(아래 범국민위원회)는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7대 국회에 통합특별법의 조속한 심의와 제정을 요구했다.

제천 간디청소년학교(중학과정) 학생들은 이 자리에 참석해 대통령, 국회의장, 각 정당 등에 보내는 '통합특별법 제정 촉구' 의견서를 발표했다. 오은교(2학년) 학생은 "영동군 노근리에 가서 무고한 민간인이 학살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전쟁 중에 이렇게 많은 민간인이 희생당한 줄은 몰랐어요. 나중에 100만이라는 숫자를 듣고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라고 말했다. 이번 의견서는 사회참여 수업중 노근리 사건을 통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문제를 알게 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교에서 서명을 받아 학생 83명과 교사 12명의 명의로 제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17대 여야의원 102명이 공동 발의한 통합특별법은 국회 상임위 구성 등이 늦어지면서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범국민위원회는 "올 해 전국 각지의 위령제에서는 군유가족들과 피학살자유족들이 함께 하는 화해가 이뤄지고 있다"며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입법이 전 사회적인 공감을 얻어 가는데 국회만 지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최근 한 언론을 통해 포항 여남동 송골계곡 피난민 폭격 사건과 대전, 부산 형무소 수감자 학살 등에 미군과 정부의 관여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범국민위원회는 "미국과 한국 고위 군부의 승인 또는 묵인 하에 조직적으로 민간인학살이 자행됐다는 미국 공식자료가 속속 나오고 있다"며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전산내학살유족 정해열 씨는 "당시 대전 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아버지를 비롯해 사람들이 모두 학살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50년 넘게 억울한 죽음에 대해 말도 못하고 시신도 찾지 못하고 한을 품어왔다"고 말했다. 범국민위원회 이창수 특별법쟁취위원장은 "법 제정은 상식이 되고 있는 데도 지난해 '법 제정 무산'의 주역이었던 한나라당이 아직까지 당론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하루속히 법 제정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고근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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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7-14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비는 계속 오고, 1박 2일로 집회, 싸움할 분들 생각하면 죄송할 따름입니다.
가시방석이 따로 없군요 ...
그럼에도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를 검토해야 한다는 이 현실!
아, 현실은 정말 냉정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