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시간강사 푸대접은 大學모독”


 

그들에게 방학은 살벌한 기간이다. 실업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서둘러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알아봐야 할 때이다. 연구를 하려고 해도 강의가 없는 방학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책도 빌릴 수 없다. 사회에서는 시간강사라고 부르는 비정규직 대학교수. 그들은 정규직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도 하고 논문도 발표한다. 그러나 교수로서의 법적 지위와 대우를 받지 못한다. 군사정권이 들어선 1962년 교육법을 개악(改惡)한 뒤 교원의 지위를 빼앗겼다. 말하자면 ‘무적자’가 됐다. 당연히 그들은 직장의료보험도 적용받지 못한다. 한마디로 인권사각지대에 놓인 처지다.

비정규직 대학교수 노동조합(위원장 변상출)의 진정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시간강사도 지위와 교육 활동 가치를 인정받고 전임교원에 비례하는 합리적 대우를 받아야 된다’고 결정, 교육인적자원부에 권고했다.

“교육부는 꿈쩍도 하지 않아요. 권고안이 나온 뒤 시간강사들이 더 홍역을 치르는 대학도 있습니다.”

비정규직 교수노조 심세광 부위원장(41·성균관대 분회장)은 “시간강사들이 대학교육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현실은 ‘파출부’에 불과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시간강사의 수는 정규 교수의 두배가 넘습니다. 사실상 대학교육은 시간강사들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법적으로는 교원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급여도 급여지만 학생들 논문지도도 못하고 학사운영에도 참여할 수 없어요.”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 성균관대에서 불문학 강의를 해 온 심 부위원장은 “시간강사들은 사실상 ‘학문적 권력’의 장벽에서 밀려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전두환 정권 때 졸업정원제를 시행하며 대학의 정원을 대폭 늘려놨지만 대학은 학생만 늘리고 교수는 늘리지 않았다. 그 자리를 메워온 것이 시간강사들이다.

“악순환을 하는 겁니다. 그나마 많은 시간강사들이 학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대학교육을 이만큼이라도 떠받치고 있는 겁니다.”

시간강사의 강의료는 대학 마음대로다. 2만원대에서 4만원대로 천차만별이지만 평균 시간당 3만원꼴. 시간강사들은 대개 1주일에 3시간짜리 과목 하나를 맡아 강의한다. 얼핏 셈으로 한달 강의료는 36만원. 정부가 책정한 1인가구 최저생계비 36만8천원(최근 최저생계비 체험행사가 열렸는데 참가자들은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에도 못미친다. 그나마 방학 때는 강의가 없기 때문에 강의료도 없다.

시간강사들은 생계를 위해 우유배달, 주유소, 막노동 가릴 것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따라서 연구하고 학생들 가르칠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을 그만큼 빼앗기게 된다. 쉽게 말해서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교육권의 박탈이다.

“시간강사들도 교원으로 인정해줘야 합니다. 군사정권이 개악한 교육법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심부위원장은 대학입시가 교육의 전부인양 호들갑을 떠는 우리나라 교육계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했다. 자신이 평생 가야 할 길을 찾는 과정인 대학교육은 모두다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니 한국 대학의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이제 대학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나라가 적극 나서야 하며 그 중 하나가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심부위원장과 인터뷰를 한 날 공교롭게도 한국과 중국, 일본의 이공계 대학생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과학 수준이 꼴찌라는 보도가 나왔다.

〈윤성노기자 ysn04@kyunghyang.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