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그인 2008-07-13
어제부터 다음달 13일까지 평창동에 위치한 가나아트센터(http://korean.ganaart.com/)에서 영국 출신 작가 마크 퀸(Marc Quinn, www.marcquinn.com)의 개인전이 열려서 소개하려구 들렸어요^^; 잠깐 소개하자면 퀸은 미술계에서 흔히 하는 말로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작가들 중 한명이에요. 대학에서는 역사학을 전공한 학생이었다고 하죠.
바로 이 분이 퀸씨~
1991년에 전세계 미술계를 발칵 뒤집혀놓은 작품 하나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퀸이 자신의 피를 뽑아 냉각시켜 만든 자화상 '셀프(self)'였답니다. 제작 과정을 소개하면, 먼저 자신의 두상을 석고로 뜹니다. 그 다음에 몇 주 간격으로 자신의 피를 뽑아다가(보통 두상 한개에 발라지는 피의 양은 4리터 정도라고 함) 그것을 석고로 뜬 두상에 바르죠. 물론 이렇게 피가 발라진 두상은 특수제작된 냉동고 안에서 적정한 온도(보통 영하 15도 정도)에 맞추어져 냉동된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만일 전기가 끊어진다면 피는 다 녹아버리겠죠.
<셀프>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2002년에 이 작품을 소장한 콜렉터 찰스 사치가 자기 집 부엌의 냉동고 안에 두었는데(하필 왜 부엌인지-_-;; 공포영화 수준), 가정부 실수로 콘센트가 뽑아져서 피가 다 녹아버린 사건이 있었어요. 사실 이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분분한데, 센세이션을 일으켜서 작품가를 올리기 위해 쇼를 했다는 얘기부터(왜냐면 사치가 1991년에 구입했을 당시 약 4천만정도 했던 작품이 이 사건 이후로 약28억까지 값이 뛰었거든요^^; 사실 피가 녹아도 걱정없음. 퀸이 또 피를 뽑아 만들면 되기 때문-_-;), 당시 찰스의 여자친구인 영국에서 인기폭발 요리사 나이젤라 로슨(http://www.nigella.com)이 찰스네 집에 들어와 살기로 했는데, 찰스가 그녀의 입주를 기념하기 위해 대대적인 부엌공사를 하다가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얘기까지....
제가 <셀프>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던 재료는 냉동된 퀸의 피만큼이나 그걸 지탱해주는 냉동고였답니다. 우리 각자의 삶을 지탱해주는 냉동고들이 하나씩은 다 있게 마련이잖아요. 누구는 신일거고, 누구는 명예일거고, 누구는 돈일거고, 누구는 미국(갑자기 미국이 여기서 왜^^;;).....부엌의 냉동고는 그 안에 들어있는 음식물을 꽁꽁 얼려주는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적인 기계장치지만, 정전이나 실수로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그 음식물들을 금새 녹이거나 부패시키는 것처럼, 우리 삷을 지탱시켜주는 냉동고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 퀸의 냉동된 피가 한꺼번에 녹아버리듯이 셀프라고 믿었던 그 무엇이 한순간에 부셔져버리겠죠.
아무튼 퀸의 <셀프>는 (그것이 녹아버리는 바람에) 삶과 죽음, 그리고 그가 늘 강조하는 생명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작업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아요. 요번 전시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다음 싸이트를 참고하시면 되겠네요.
http://app.yonhapnews.co.kr/YNA/Basic/article/search/YIBW_showSearchArticle.aspx?searchpart=article&searchtext=%eb%a7%88%ed%81%ac%20%ed%80%b8&contents_id=AKR20080710168400005
참고로 마크 퀸이 제작한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세워진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www.alisonlapper.com)의 동상(아들을 임신했을 때)입니다. (우측 사진의 남자분은 래퍼 동상을 제작한 마크 퀸)
래퍼는 2006년 가을에 자신의 아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었죠. 래퍼의 별명은 '살아있는 비너스'랍니다. 그녀가 한 인터뷰에서 "말로의 비너스도 팔이 없잖아요"라고 당당하게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계기로 '살아있는 비너스'라는 별명이 지어졌다죠.
장애인이나 동성애, 그리고 낙태와 같은 문제에 대해 우생학적인 발언을 쏟아냈던 이명박에게 꼭 한번 가서 보라고 추천하고픈 조각상입니다.
아들 패리스와 함께 한 앨리슨 래퍼. 정말 아름다워 보이는 모자지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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