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던 또 한 사람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포항건설노조가 포스코 본사에서 농성을 하던 지난달 16일 파업지원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의 해산 과정에서 다친 하중근씨가 어제 끝내 숨을 거뒀다. 노동계는 하씨가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맞아 뇌를 다쳤다고 주장하고, 경찰은 이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정확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겠지만, 열악한 노동조건과 당국의 강경 대응이 그의 죽음과 무관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번 비극이 발생한 발단은 경찰의 강경 대응이다. 당시 집회 참석자들은 경찰이 급작스럽게 강경 진압을 시도했다고 주장한다. 경찰의 집회 불허 방침에도 노조 쪽이 집회를 강행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찰은 인명 피해가 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했다. 지난해 말 농민대회 때 농민 두 사람이 숨지면서 경찰청장이 물러난 걸 그 새 잊었단 말인가. 아무리 법과 질서가 중요하다고 해도, 사람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법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공권력은 정당성을 잃고 단순 폭력과 다를 바 없어진다.
하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이번 사태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경찰의 잘못이 드러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질적인 경찰의 시위 대응 방식도 이젠 정말 바꿔야 한다. 더 근본적인 대책은 시위대의 결사적인 저항과 정부의 강경 대응이라는 악순환을 끊는 것이다. 시위와 진압이 폭력적인 양상을 띠는 게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악순환을 끊을 열쇠는 정부에 있지, 노동자들에게 있지 않다. 생존권이 걸렸다고 인식하는 노동자들에겐 그럴 여유도 힘도 없기 마련이다. 정부는 그들을 자극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라도 건설노조에 대한 초강경 대응은 중단돼야 한다. 현 정부 들어 단일 사건으론 가장 많은 58명이 구속됐고 다른 농성 참가자들의 처벌도 추진되고 있다. 포스코도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 참에 조직을 완전히 무너뜨리겠다는 식의 이런 대응은 더 거센 반발을 부를 게 뻔하다. 정부가 원하는 게 ‘노조와의 전쟁’이 아니라면, 이런 식은 곤란하다. 정부는 노동자들과 경찰의 ‘애꿎은 전투’를 끝낼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