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el Foucault, “Crise de la médecine ou crise de l'antimédecine?”, in Dits et écrits, vol. III, Gallimard, 1994, pp. 47-48.


[...]

개인들에게 최면요법을 시술할 수 있게 되자마자 고통 장벽 --- 유기체의 자연적 보호장치 --- 은 사라지고,

개인들에 대해 어떤 수술이든 할 수 있게 되었다. 살균 기술이 없는 가운데에서는 모든 수술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거의 확실하게 죽음으로 인도하게 된다. 예컨대 1870년대에 유명한 프랑스의 외과의사였던 게렝은

부상당한 몇 사람의 여성에게 신체 절단 수술을 했는데, 그들 중 단 한 사람만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죽고 말았다. 이는 의술이 자신의 실패와 자신이 감행한 위험의 기초 위에서 항상 작동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 중 하나다. 모든 중요한 의학적 발전은 다양한 부정적 결과들을 대가로 치러왔다.

  근대 의학사에 전형적인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 새로운 차원에 이르렀는데, 이는 아주 최근에 이르기까지

의학적 위험은 치료 대상인 개인에게만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의학은 개인의 직계 자손에게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뿐이다. 곧 있을 수 있는 부정적인 작용의 힘은 가족이나 그 직계 자손들에게만

한정되어 있었다. 오늘날 의학이 새로운 기술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유전 세포 구조를 변형시킬 가능성은

단지 개인이나 그 자손들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제 생명의 모든 측면은 의학적

개입의 주제가 된다. 우리는 사람이 생명의 역사 전체와 생명의 미래를 변형시킬지도 모를 어떤 생명체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내가 생명 역사(bio-histoire)라고 부를 의학적 가능성의 새로운 차원이 열린다. 의사와 생물학자들은

더 이상 개인과 그의 자손들의 수준에서만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와 그것의 근본 사건들의

수준에서 작업하기 시작했다. 이는 생명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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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계간지에서 "생명 정치"(bio-politics) 특집호를 준비하고 있는데, 거기에 실으려고 하는

푸코의 글 중 한 부분이다. 국내 학자의 글을 한 편 실으려고 했는데, 결국 필자를 구하지 못해서

푸코 자신의 글로 대체할 생각이다. 어쩌면 더 잘된 일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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