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 운다. 이 땅의 평화를 이야기하자는데 그 평화가 마구잡이로 찢겨 버리는데 서러워 운다. 들이 운다. 울다 못해 피를 흘린다. 생명을 이야기하자는데, 생존을 이야기하자는데 이 곳은 너네가 기거할 곳이 아니라며 그 생명들을 뿌리째 집어 던지고 있다. 그 속에 눈물이 나고, 피가 나고, 탄식의 소리가 난다. 이 땅이 실로 아프다.
오늘 새벽, 과거 군사 정권 때나 있을 법한 일들이 벌어졌다. 주한미군의 평택기지 확장이전을 반대하는 평택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학생, 노동자들을 무력 진압하기 위해 1만 5천명여의 경찰, 군인 병력이 대추리, 도두리 일대로 강제 진입해 들어왔다. 특히 주민 및 범대위 측 인사들을 강제퇴거 시키는 과정에서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대한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대한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고 함께 풀어 가려는 노력을 하기보다, 무력에 의한 강제수용절차를 밟은 것은 실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노웅래 원내부대표는 "주민들의 뜻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한미 안보동맹을 고려해 볼 때 법 집행 자체는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했고,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 역시 "윤광웅 장관의 대국민담화문은 국가안보와 국가간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충정이 반영된 것으로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주요 정당이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생각은 안하고 국가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 행사를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적 합의와 지지가 없는 동맹, 국가안보, 자국민을 방패로 찍어가면서까지 지켜야 하는 국가간 약속 이행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동맹이고, 누구를 위한 약속인가. 도대체 이 말을 왜 우리 국민들은 주한미군 사령부가 아닌 우리나라 여당과 제1야당의 원내대표, 대변인의 입을 통해서 들어야 하는가.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평택 미군기지의 확장이전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이는 대한미국의 국가안보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혀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정당한 우려와 비판을 수용하는 자세보다는 공권력으로 강제 진압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우리는 정부가 즉시 강제수용을 중단하고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원점부터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2006년 5월 4일 평화네트워크(대표 정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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