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4월 17일 51번째 인권영화제 뉴스레터 울림

'웨스트 파푸아의 특별자치법 제정 반대집회' 주제 섹션 및 문화캠페인 담당

이상희 자원 활동가 인터뷰

 

Q. 이번 10회 인권영화제에서 섹션과 부대행사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계시는데, 그 동기는 무엇인가요?

A. 영화제에 관객으로 참여하다가, 8회에 심사위원을 하고, 올해에 본격적으로 결합을 했습니다. 결합에는 두 가지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제가 아시아지역을 다니면서 가난과 분쟁으로 인해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을 목격했었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국도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현장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단체나 활동가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실상을 좀 전달하자, 전달을 통해 연대활동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달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문화적 접근이 가장 좋을 것 같다, 그중에서도 영화가 좋다는 생각을 유해정 활동가와 같이했어요. 그때는 반농담반진담 식이었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하게 된다면 영화만 틀 것이 아니라 영화제를 통해 진지한 고민을 던져주는 뭔가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고민을 했어요. 또 다른 하나는, 올해 초에 인권영화제가 위기를 맞게 되었다는 얘길 들었어요. 저는 과거를 돌아보는 회고전을 하기보다는 새로운 이슈를 던지고 고민을 공유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아시아 민중의 인권을 제안했죠.

Q. 현지에 외부사람들의 결합이 적다고 하셨는데, 상희씨는 어떤 형태로 참여를 하신건가요? 예를들어 인턴이나...

A. 지난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활동했었어요. 필리핀에서는 IID 라는 평화단체에서 자원 활동을, 태국에서는 NY forum(nationality youth forum)이라는 버마 소수민족문제를 주 영역으로 삼는 인권단체에서, 그리고 ERI(Earth Rights International)에서도 자원 활동을 했어요.  세계의 모든 분쟁이나 고통이 있는 자리에 반드시 한국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현장을 보면서 든 고민은 이런 거였어요. 물리적인 거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현지의 문제를 보면 국경을 넘는 문제인 경우가 많다는 거죠. 국가 간의 정치세력과 경제세력이 연합해서 체계적으로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하고 억압하는데, 그 억압을 당하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국경선 안에서 자신들의 문제만 볼 수밖에 없거든요. 국가 간의 정치세력과 경제세력이 연합해서  체계적으로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하고 억압하는데, 그 억압을 당하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국경선 안에서 자신들의 문제만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같이 싸워서 저항해야 할 문제인데. 제가 문제의식으로 삼고 싶었던 건, 우리는 우리 안에서의 문제에 피가 금방 뜨겁게 끓고 쉽게 연대하는데 국경을 넘은 문제의 경우 부차적으로 보고 우선순위에서 도외시되는 측면이 많이 있거든요. 결국 물리적 거리감을 떠나서 똑같이 심각한 문제인데 왜 쉽게 연대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런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어요.

Q. 인권하루소식에 기사를 연재 하셨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이 ‘내 생에 가장 길었던 일주일’ 이었어요. 웨스트파푸아에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A. 웨스트파푸아로 갈 생각을 하면서 위험하고 출입제한구역도 많아서 고민하다가, 80년대 한국에 온 외국의 인권활동가들이 광주를 들르지 않고 가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기로 결정했어요. 베니 교수와 도나의 도움을 받으며 집회현장 사진을 찍다가 한번 걸리고. 경찰서에 끌려갔어요. 관광객인척 하고 다시 나왔는데, 호텔로비에 경찰들이 미행하기 시작하는 거에요. 게다가 호텔이 도청되기 시작해 대학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거주하면서 활동가들을 만났죠.

 이번여행에서 저에게 중요했던 화두 하나가 있었는데, 과거의 식민지가 지금까지 미치는 결과들을 보자는 게 있었어요. 웨스트파푸아나 버마가 전형적인 사례였어요. 제가 만일 친구들과 소규모로 웨스트파푸아에 관한 일을 한다고 해도, 이들의 요구사항이 뭔지가 가장 중요한 거잖아요. 현지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어요. 마침  특별자치법 철회를 위한 대규모집회가 있었거든요. 특별자치법은 인도네시아 군부가 국제사회의 압력과 웨스트파푸아에서 독립요구가 끊임없이 일어나니까 회유책으로 자치권을 인정하겠다며 만든 법인데, 결국 시행되자 알맹이가 없는 껍데기임이 드러났어요. 독립해야 할지 연방제를 택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 사람들의 자결권을 인정하는 일이에요.

Q. 이번 인권영화제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으신 영화가 있다면?

A. <토탈 디나이얼(Total denial)>를 추천하고 싶어요. 과거 버마에서 미국의 우노칼사와 프랑스의 토탈사가 천연가스개발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엄청난 인권침해가 발생했어요. ERI에서 미국에 소송을 제기했고 그 과정에서 버마군부의 강제노동 강제이주 그리고 국가에 의한 폭력 또한 인정이 되었어요. 그랬기에 합의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의 승리라 볼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지금도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어요. 파이프라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일정지역에 초소를 두면서 주민들에게 초소를 지키는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어요.  그리고 이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을 할 거에요. 그 가해자가 한국인거죠. 대우인터네셔널. 중요한 것은 이런 똑같은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버마군부가 지탱하는 경제적인 요인이 가스에요. 그러니까 결국 가스개발로 번 돈이 국민들을 향해 겨누는 총칼을 구입하는데 쓰게 될 것이라 대우 측에게 가스개발 중단을 요구 하고 있어요. 상영 후에 토론을 할 거에요. 소송을 주도했던 ERI라는 단체가 마침 대우본사 항의 방문 겸 한국을 방문해요. 그래서 토론회에 같이 참여를 하실 듯한데,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일거에요.

Q. 부대행사도 많이 준비하셨는데, 음악회에 초청된 분들은 현지에서 만나셨던 분들인가요?

A. 이번 음악회 ‘아시아, 또다른 우리’에는 버마와 필리핀 가수가 오시는데요, 필리핀 가수는 필리핀에서부터 친했던 사람인데, 마르코스 독재시절부터 오늘날의 반전집회와 아로요 관련 집회까지 노래와 시로 꾸준히 싸우는 분이에요. 버마 가수는 직접 만난 사람은 아니고, 샨 민족 출신으로 태국에 망명하셔서 이전에 노래를 부르시다가 지금은 노래를 포기하고 활동에 전념하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 활동을 하시는 분인데 이번에 노래를 불러 주실 거에요.

[기획] 인권영화제의 10년: 2/2(2001~2005)

제5.5회: 2001년 5월 18일- 23일

제5.5회 인권영화제-다시보는 명작선-가 일주아트하우스, 아트큐브에서 열렸다. 역대 영화제 상영작 중 관객의 찬사와 영화적 가치가 뛰어난 수작, 더불어 '꼭 다시 한번' 보여주고 싶은, 즉 인권영화제가 권하는 영화도 상영되었다. 또한 매년 가을에 개최하던 인권영화제가 봄으로 옮기면서, 처음으로 극장에서 개최되었다.

 

제6회: 2002년 5월 30일- 6월 5일

제 6회 인권영화제가 ‘전쟁과 인권’을 주제로 서울아트시네마, 아트큐브에서 열렸다. ‘올해의 인권영화상’ 수상작으로는 <먼지, 사북을 묻다>가 선정되었다.

제7회: 2003년 5월 23일- 5월 28일

제7회 인권영화제가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주제로 서울아트시네마, 아트큐브에서 열렸다. 제작 지원 프로젝트<옴니버스 - 여정>이 상영되어 이주노동자의 억압과 설움이 관객들로부터 깊은 공감대를 얻었다.

제8회: 2004년 5월 21일- 5월 26일

제8회 인권영화제가 ‘감옥의 인권’을 주제로 서울아트시네마, 아트큐브에서 열렸다. 모형감옥 안에서 '체험'을 해보는 부대행사가 진행되어 관객들은 한국감옥의 현주소에 대하여 영화 밖에서도 소통할 수 있었다. 또한 감춰진 인권 현장과 호흡하는 국내외 영상 활동가들의 활동을 점검하는 ‘비디오로 행동하라’ 섹션이 처음으로 마련되어 <2002, 발전노조의 투쟁을 다시 보다>, <부안주민들, 카메라를 들다> 등이 상영되었다.

제9회: 2005년 5월 20- 26일

제 9회 인권영화제가 '어린이·청소년의 인권'을 주제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렸다. 사회적으로 깊숙이 내제된 차별의 시선이 어린이·청소년 공동체 내에서도 어김없이 작동하면서 '청소녀' 레즈비언들이 겪는 차별적 시선에 관하여 성찰할 수 있는 작품 ‘이반검열’이 여성영상집단 '움'과 레즈비언 인권 운동단체인 '끼리끼리'에 의해 사전제작지원작으로 제작되었다.

 

 

 

[영화제]해외상영작 확정

<해외작품> 아시아 민중의 인권현장

 

    차이나 블루 China Blue

    Micha Peled / 2005 / 86분 / DV/ 칼라 /다큐 / 캐나다

     

    거미집 In the spider's web

    하나 무슬리 / 2004 / 47분 /DV/ 칼라 /다큐 /  팔레스타인

     

    관타나모 - 전쟁의 새로운 규칙 GITMO - The new rules of war

    에릭 간디니 타리크 사리 / 2005 / 79분 /DV/  칼라 /다큐 /  스웨덴

     

    끝나지 않는 여행 Continuous journey

    알리 카지미 / 2004 / 87분 /DV/  칼라 /다큐 /  캐나다

     

    불탑의 그림자 In the shadows of the pagodas

    이렌 마티 / 2000-2004 / 74분 /DV/ 칼라 /다큐 /  스위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 The happiest people in the world

    샤히 딜-리아즈 / 2004 / 94분 /DV/  칼라 /다큐 / 독일

     

    "용사의 고향, 자유의 땅" Home of the brave- Land of the free

    존 설리번(John Sullivan) / 2003 / 52분 / DV/ 칼라 /다큐 / 노르웨이

     

    웨스트 파푸아 West Papua

    데미안 페이어(Damien Faure) / 2002 / 52분 /DV/ 칼라 /다큐 / 프랑스

     

    종려나무의 그늘 In the shadow of the palms

    웨인 콜스-제니스 / 2005 / 90분 / DV/칼라 /다큐 /  호주 

     

    책임회피 Total denial

    밀레나 카네바/ 2006/67분/DV/ 칼라 /다큐 /  이탈리아

     

    쿠아리 Quarry

    나카이 신스케/ 2001/30분/DV/ 다큐/컬러/ 일본

 

<특별 상영작>

 

    평화 교육 Teaching Peace in a time of war

    테레사 맥클린스 / 2004 / 54분 /DV/  칼라 /다큐 /  캐나다

 [기획] 이웃 영화제 스케치① - 서울여성영화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시작된 서울여성영화제가 제 8회를 맞아 4월 6일부터 14일까지 신촌 아트레온에서 진행되었다. 올 서울여성영화제는 최근 2년간 세계 전역에서 여성감독이 제작한 우수한 작품을 상영하는 새로운 물결, 안토니아스 라인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마를린 호리스 특별전, 아프리카 영화를 소개하는 아프리카 특별전:나의 아프리카들, 다양한 아시아 국가의 여성영화인들의 작품을 맛 볼 수 있는 유일한 경쟁부문인 아시아 단편 경선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취재차 방문한 날은 평일 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영장은 관객들의 열띤 관심과 자원 활동가들의 활발한 몸놀림으로 한층 들뜬 분위기였다. 기자가 이번 영화제에서 본 작품은 ‘새로운 물결’ 섹션 중 하나인데, 스웨덴 감독 페아 홀름퀴스트와 수잔 카달리안이 세계적 환경주의자 반다나 시바를 2년 동안 쫓아다니면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소똥>이다. 이 영화는 반다나가 WTO 회의가 열리는 멕시코의 칸쿤, 티벳 망명 정부, 다국적기업에게 종자 특허권을 내주려는 유럽 특허청 등을 직접 발로 뛰어 다니면서 전 지구적인 투쟁을 벌여나가는 모습을 빠른 리듬으로 보여준다. 인도의 토종 종자와 문화의 보존, 민중이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외치는 반다나에게 ‘소똥’은 훌륭한 연료이자 집짓기 재료이고, 자연이 준 선물이다. 개발도상국의 식량문제를 해결한다는 미명 하에 인도로 들어온 몬산토의 유전자조작식품과 생물특허권은 인도 농민의 부채를 증가시키고 그들을 자살로까지 내몰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아시아 민중의 인권 현장을 말하는 올해 인권영화제의 주제 섹샨 작품에서도 다시 한번 공명될 수 있을 것이다.

 제 8회 여성영화제는 관객과의 대화를 비롯한 영화인들과의 다채로운 만남의 장도 풍성했다. 특히 10일 열린 ‘아시아 여성 영화인의 밤’에서는 해외감독과 게스트, 영화제를 준비한 스태프와 자원 활동가들 그리고 관객과 행인들이 하나 되어 맥주를 마시며 여성영화제를 기념하고, 노래와 춤을 즐기는 축제의 장이었다.

 

[상영작 리뷰] <트랙터가 부르는 평화의 노래>

 트랙터가 부르는 평화의 노래

- 평택 미군기지 확장반대 트랙터 순례 12일 간의 기록

이수정/38분/2006/다큐

 평택시 팽성읍 주민들이 미군기지 확장반대를 외치며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시작한 지 벌써 3년. 평생 농사밖에 모르던 이들이 한창 다음해 농사 준비를 해야 할 시기에 12일 간의 트랙터 순례를 떠난다.

 지난 1월, “우리 땅을 지킵시다.” “미군기지 확장반대.” “농사 같이 지읍시다.” 노란 바탕 붉은 글씨의 플래카드는 아스팔트를 달리는 7대 트랙터에 의해 부여, 부안, 광양, 창원, 부산, 경주, 왜관, 안성 등의 지역을 거치며 진실을 알렸다. 언론에 의해 축소, 왜곡된 미군기지 확장문제를 직접 이야기하고자 팽성읍 주민들이 모두 단결, 투쟁에 ‘올인’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젠 뭘 할까? 어디로 가야하나?” 라고 포기하던 이들도 조상 대대로 살아오고 한평생 농사지은 ‘내 땅’을 절대로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영화는 트랙터 순례 12일 간 여정 속에서 일어나는 고난과 역경, 협동과 단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희망과 자신감을 얻고 무사히 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그들을 보며 새삼 생각해본다. 우리나라에 미군 부대가 왜 있어야 하는지? 또 왜 팽성읍 주민들은 오늘도 내일도 눈물을 훔치며 아득한 길을 향해 돌림 노래하듯 싸워야만 하는지?

 그저 농사꾼으로서 내 땅에서 농사지으며 ‘살고자’ 하는 팽성읍 주민들의 소박한 꿈의 ‘권리’에 호소하는 트랙터의 당당한 깃발이 오래토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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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4-20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올해는 한두 편이라고 봐야 할 텐데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