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섹션 및 문화캠페인 담당
이상희 자원 활동가 인터뷰
Q. 이번 10회 인권영화제에서 섹션과 부대행사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계시는데, 그 동기는 무엇인가요?
A. 영화제에 관객으로 참여하다가, 8회에 심사위원을 하고, 올해에 본격적으로 결합을 했습니다. 결합에는 두 가지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제가 아시아지역을 다니면서 가난과 분쟁으로 인해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을 목격했었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국도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현장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단체나 활동가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실상을 좀 전달하자, 전달을 통해 연대활동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달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문화적 접근이 가장 좋을 것 같다, 그중에서도 영화가 좋다는 생각을 유해정 활동가와 같이했어요. 그때는 반농담반진담 식이었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하게 된다면 영화만 틀 것이 아니라 영화제를 통해 진지한 고민을 던져주는 뭔가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고민을 했어요. 또 다른 하나는, 올해 초에 인권영화제가 위기를 맞게 되었다는 얘길 들었어요. 저는 과거를 돌아보는 회고전을 하기보다는 새로운 이슈를 던지고 고민을 공유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아시아 민중의 인권을 제안했죠.
Q. 현지에 외부사람들의 결합이 적다고 하셨는데, 상희씨는 어떤 형태로 참여를 하신건가요? 예를들어 인턴이나...
A. 지난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활동했었어요. 필리핀에서는 IID 라는 평화단체에서 자원 활동을, 태국에서는 NY forum(nationality youth forum)이라는 버마 소수민족문제를 주 영역으로 삼는 인권단체에서, 그리고 ERI(Earth Rights International)에서도 자원 활동을 했어요. 세계의 모든 분쟁이나 고통이 있는 자리에 반드시 한국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현장을 보면서 든 고민은 이런 거였어요. 물리적인 거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현지의 문제를 보면 국경을 넘는 문제인 경우가 많다는 거죠. 국가 간의 정치세력과 경제세력이 연합해서 체계적으로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하고 억압하는데, 그 억압을 당하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국경선 안에서 자신들의 문제만 볼 수밖에 없거든요. 국가 간의 정치세력과 경제세력이 연합해서 체계적으로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하고 억압하는데, 그 억압을 당하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국경선 안에서 자신들의 문제만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같이 싸워서 저항해야 할 문제인데. 제가 문제의식으로 삼고 싶었던 건, 우리는 우리 안에서의 문제에 피가 금방 뜨겁게 끓고 쉽게 연대하는데 국경을 넘은 문제의 경우 부차적으로 보고 우선순위에서 도외시되는 측면이 많이 있거든요. 결국 물리적 거리감을 떠나서 똑같이 심각한 문제인데 왜 쉽게 연대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런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어요.
Q. 인권하루소식에 기사를 연재 하셨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이 ‘내 생에 가장 길었던 일주일’ 이었어요. 웨스트파푸아에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A. 웨스트파푸아로 갈 생각을 하면서 위험하고 출입제한구역도 많아서 고민하다가, 80년대 한국에 온 외국의 인권활동가들이 광주를 들르지 않고 가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기로 결정했어요. 베니 교수와 도나의 도움을 받으며 집회현장 사진을 찍다가 한번 걸리고. 경찰서에 끌려갔어요. 관광객인척 하고 다시 나왔는데, 호텔로비에 경찰들이 미행하기 시작하는 거에요. 게다가 호텔이 도청되기 시작해 대학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거주하면서 활동가들을 만났죠.
이번여행에서 저에게 중요했던 화두 하나가 있었는데, 과거의 식민지가 지금까지 미치는 결과들을 보자는 게 있었어요. 웨스트파푸아나 버마가 전형적인 사례였어요. 제가 만일 친구들과 소규모로 웨스트파푸아에 관한 일을 한다고 해도, 이들의 요구사항이 뭔지가 가장 중요한 거잖아요. 현지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어요. 마침 특별자치법 철회를 위한 대규모집회가 있었거든요. 특별자치법은 인도네시아 군부가 국제사회의 압력과 웨스트파푸아에서 독립요구가 끊임없이 일어나니까 회유책으로 자치권을 인정하겠다며 만든 법인데, 결국 시행되자 알맹이가 없는 껍데기임이 드러났어요. 독립해야 할지 연방제를 택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 사람들의 자결권을 인정하는 일이에요.
Q. 이번 인권영화제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으신 영화가 있다면?
A. <토탈 디나이얼(Total denial)>를 추천하고 싶어요. 과거 버마에서 미국의 우노칼사와 프랑스의 토탈사가 천연가스개발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엄청난 인권침해가 발생했어요. ERI에서 미국에 소송을 제기했고 그 과정에서 버마군부의 강제노동 강제이주 그리고 국가에 의한 폭력 또한 인정이 되었어요. 그랬기에 합의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의 승리라 볼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지금도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어요. 파이프라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일정지역에 초소를 두면서 주민들에게 초소를 지키는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어요. 그리고 이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을 할 거에요. 그 가해자가 한국인거죠. 대우인터네셔널. 중요한 것은 이런 똑같은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버마군부가 지탱하는 경제적인 요인이 가스에요. 그러니까 결국 가스개발로 번 돈이 국민들을 향해 겨누는 총칼을 구입하는데 쓰게 될 것이라 대우 측에게 가스개발 중단을 요구 하고 있어요. 상영 후에 토론을 할 거에요. 소송을 주도했던 ERI라는 단체가 마침 대우본사 항의 방문 겸 한국을 방문해요. 그래서 토론회에 같이 참여를 하실 듯한데,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일거에요.
Q. 부대행사도 많이 준비하셨는데, 음악회에 초청된 분들은 현지에서 만나셨던 분들인가요?
A. 이번 음악회 ‘아시아, 또다른 우리’에는 버마와 필리핀 가수가 오시는데요, 필리핀 가수는 필리핀에서부터 친했던 사람인데, 마르코스 독재시절부터 오늘날의 반전집회와 아로요 관련 집회까지 노래와 시로 꾸준히 싸우는 분이에요. 버마 가수는 직접 만난 사람은 아니고, 샨 민족 출신으로 태국에 망명하셔서 이전에 노래를 부르시다가 지금은 노래를 포기하고 활동에 전념하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 활동을 하시는 분인데 이번에 노래를 불러 주실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