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이야기인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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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권뉴스] 2006·01·27

[사설] 스크린쿼터제는 국민들의 ‘좋은 영화’ 볼 권리 제한한다.
영화인들은 집단이기주의 대신 엄중한 국내외 사회현상에 귀 기울여야


정부가 연간 146일에서 73일로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발표하자 영화인들이 26일을 ‘문화국치일’로 규정하고 ‘정권 퇴진 운동’ 에 나서겠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대책위' 안성기 위원장은 "국민과 영화인들의 믿음을 배신하고 결국 미국의 오만불손한 통상압력에 굴복해 스크린쿼터 축소방침을 밝힌 오늘 이일은 실로 반문화적 쿠데타 그 자체"라고 비난했고, 대책위는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재정경제부와 문화관광부, 외교통상부 장관의 사퇴와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정권퇴진을 거론하며 3개부처 장관 사퇴를 요구할 정도로 사상초유의 사태를 벌인 영화인들의 분노는 그들 주장처럼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가 국민과 영화인들을 배신하고 강행한 한국 영화의 말살책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이해당사자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조직적 반발에 불과한가.

외국영화의 지나친 시장잠식을 막고 자국영화의 시장확보를 도와주기위한 이른바 ‘국산영화 의무상영제’는 현재 한국 외에 브라질 파키스탄 이탈리아 정도가 시행하고 있는 정도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서 제작된 영화의 질적 수준은 스크린쿼터제의 보호아래 오히려 낙후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스크린쿼터제 축소를 두고 영화인들은 미국의 통상압력에 정부가 굴한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이들이 평소 통상압력의 주체인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와 FTA(자유무역협정 free trade agreement)에 맞서다 전용철 홍덕표 등 농민들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할 정도로 정국이 요동을 쳐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자신들 ‘밥그릇 챙기기’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제가 불거져 나올 때마다 ‘국민과 영화인들’을 하나로 묶어 대정부 공세에 치중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국민들 입장에서 스크린쿼터제는 외국의 좋은 영화를 볼 권리를 제한하는 제도로 영화인들의 이해와 크게 상충한다. 상영일수 제한으로 인해 상업성이 큰 헐리우드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만 수입되기 때문이다.

최근 권태신 재정경제부 제2차관이 스크린쿼터제에 집단이기주의가 있다면서 “김대중 대통령 시절 국산영화 점유율이 40% 넘으면 스크린쿼터를 줄이겠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59%까지 올라간 상황”임에도 영화인들이 “자기 것만 잃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영화계에서는 말이 많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스크린쿼터제가 저질 국산영화를 키웠다는 취지의 발언을 통해 이 제도의 축소 또는 폐지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스크린쿼터제는 기본적으로 영화관람객의 영화선택권과 극장주의 영업자유를 침해하고 국내 영화사업자들의 경쟁력 향상을 저해할 수 있다”(문학진 의원에게 보낸 국정감사 자료)고 한 것은 일리있는 지적이다.

평소 한류의 선봉으로 대외 경쟁력을 자랑하던 영화인들이 이번 스크린쿼터제 축소로 한국 영화가 일순간에 망할 것처럼 ‘정권퇴진’까지 들고 나온 것은 어쩌면 자신들이 만든 영화가 그만큼 부실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60%에 근접한 점유율을 확보한 국산영화 시장이 무너진다는 건 지나친 걱정이다.

국민들은 미국이 대주주인 신자유주의 파고로 인해 비정규직과 실업 빈곤에 시달리며 가족이 해체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 또 시민사회단체들은 신자유주의를 강요하는 강대국들의 공론의 장인 WTO각료회의와 APEC에 맞서 투쟁을 세계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제 앞에서 ‘집단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이같이 신자유주의 아래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엄중한 국내외 사회현상에 귀 기울여야 한다. 또 오락위주의 대형 블록버스터만 전횡하는 한국영화계 풍토에서 우수한 독립영화들이 배제되는 등의 영화계 내 빈부양극화 현상에 깊은 자성이 일어나야 한다.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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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6-01-28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잘 모르지만 ^^;;
상영일수 제한으로 인해 상업성이 큰 헐리우드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만 수입되기 때문이다. <- 이건 맞는 것 같아요.
이 동네에서 조용히 개봉하는 좋은 영화들이 아예 개봉되지 않거나 한 1-2년쯤 뒤에 개봉되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balmas 2006-01-28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런 것 같더라구요.
영화를 좀 보려고 해도 외화나 국산 영화나
대형 극장에서 하는 개봉영화들은 사실 별로 땡기는 영화들이 없어요.

cplesas 2006-01-28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크린쿼터제가 (좋은) 작품에 지원을 하는 제도는 아닌데,
왜 그런 식으로 오해되곤 하는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쿼터제라는 우산 아래서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외 구분 없이)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우선권을 쥐고
배급에서부터 관객들의 다른 영화 볼 권리를 박탈해버린다고 말한다면 오바일까요.

둥가 2006-01-2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순히 스크린쿼터제를 사수하는게 아니라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사수하는게 필요할 것 같아요. 소수 영화인들이 주장하는 예술영화를 대상으로 한 스크린쿼터 같은 것이 지금으로선 더 필요할 듯 하네요.

헤르베르트 2006-01-28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크린 쿼터를 둘러싸고 있는 (내가 잘 모르는)많은 쟁점들이 있는 것 같아 함부로 얘기하지는 못하겠지만 갠적으로 예전부터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사수한답시고 벌이는 투쟁같은 행위가 썩 맘에들지 않아 관련된 것들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있는 편인데, 퍼오신 기사에 실린 안성기 옹의 발언도 별로 다르지 않게 보이는군여. 그렇다고해서 쿼터제 축소가 선택권을 넓히고 평균적인 작품성의 상승을 위한 논리로 사용될수는 없다. 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은 예술영화에 대한 (제가 보기엔 거의)무비판적인 태도인데 최근 몇년간 국내 '언더그라운드(제가 임의적으로 사용하는 표현)' 영화가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해서 인디씬(이라고 할수 있다면) 전체에 투자와 관심을 요구하는 것은 마찬가지 의미에서 불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의 예술.독립.인디 씬 전체를 같잖게 보고있기 때문에..) 실제로 그리 된적은 별로 없다고 해도 적어도 유식해 보이는 몇몇 프론티어들은 그런 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듯 하는데 이에대한 성찰적인 모습을 거의 보지 못해서일까요.

balmas 2006-01-31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영님, 둥가님, 헤르베르트님, 댓글 감사합니다.

2006-02-03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2-03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